1월 23일 금요일에 서울극장에서 작전명 Valkyrie (2008)를 보고 온 저녁, 『괴물의 탄생』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머리에’ 8쪽에서 저자 우석훈은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를 밝힌다.  

…  이 책의 제목이 사실상 표절의 위험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두 저자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연구자로서의 작은 소망 때문이다.  제목을 구성하는 요소 중 ‘괴물’은 볼 것도 없이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온 말이다.  이 넷째권을 구상하던 초기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괴물의 탄생’과 ‘괴물의 해체’라는 두 가지 제목이 경합했는데, 탄생은 니체 용어이고, 해체는 데리다 용어이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의 첫번째 저작의 제목으로, 나중에 히틀러와 연결되는 바그너 음악의 파시즘적 요소를 비판한 책이다.  니체는 – 그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한 그의 누이가 유고집에다 붙인 ‘권력에의 의지’라는 제목 때문에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는 아첨꾼인 양 알려지기도 했지만 – 사실 가장 먼저, 혹은 가장 오랫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언제든 민족주의 쇼비니즘을 타고 파시즘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경고했던 철학자다.  『비극의 탄생』은 여러 가지 중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바그너와 함께 독일 민족주의, 그리고 히틀러로 이어지는 나치즘의 탄생에 대한 서언이, 바로 이 니체의 저작에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영화 초반부에 슈타펜버그 대령 집에서 바그너의 LP가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히틀러의 신변이 위협받을 때 발령하기로 한 작전명 이름 Valkyrie를, 바로 그 음악, 바그너의 Ride of the valkries(Walkure)에서 따왔다고 한다.  슈타펜버그가 가담한 암살 작전에는 히틀러의 서명이 필요해서 대령이 히틀러를 만나러 간다.  히틀러는 슈타펜버그에게 바그너를 좋아하냐고 묻고, 바그너를 이해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다.  실제로 그런 대화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히틀러가 바그너를 매우 좋아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우석훈이 마지막 문장에서 지적한 연결고리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 심리적 이유로 바그너를 연주하지 않는 음악가들도 있다는데…

다니엘 바렌보임에드워드 사이드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 『평행과 역설』에서는 한 장(chapter)을 바그너에게 할애했다.  4장 “바그너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서는 주로 사이드가 질문하고 바렌보임이 답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청중들의 질문도 받아가며 나눈 대화를 옮겨놓았기 때문에 내가 바렌보임에게 묻고싶었던 내용 뿐만 아니라 바그너의 음악(오페라 포함)에 대한 이야기가 심도있게 다뤄져 있다.  언급하는 바그너의 오페라나 사상을 너무 몰라서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parallels_and_paradox_wa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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