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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2017

이 포스트가 이 블로그의 2017년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2016년 9월에 일을 시작했으니 2017년은 본격 일을 하며 보낸 첫 해인 셈이다. 루틴 없고 인간관계 없고 납세의무 없고 투표권 없고 내 이름으로 된 집 없었는데 그중 일단 루틴과 납세의무는 생겨서 그에 따른 득과 실에 적응하는 중이다. 자신을 ‘이민자’로 정의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나라에 머물기를 원하고 머물기로 결정하고 그게 자의지로 가능하다는 것일까? 나는 아직 이곳의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안 부르고 있다.

새해에는 내 걱정 덜 하고 남 걱정 많이 해야지. Guten Rutsch euch allen느낌표느낌표.

 

Happy New Fear von Deichkind

,Happy New Fear’는 영화 Victoria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2015 Erased Tapes Records Ltd.)에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Deichkind의 곡 제목이다. 음악을 담당한 Nils Frahm앨범을 소개하는 편지에서 영화 스코어 의뢰 받았을 당시 ,Does such a strong film even need a music?’라고 생각했다고…. 그랬으면서 정말 잘 만듦. 전체 11곡 중 Nils Frahm의 8곡은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극단으로 내달릴 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한다. 애잔한데 불안한 그런 브금. 그러나 만약 내가 연출자라면 이 음악이 깔린 씬들의 비중을 줄이고 더 극단으로 내닫는 것에 집중했을 것 같다. 그래서 저는 나머지 세 곡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 Galerie Barbara Thumm에 처음으로 가는 것임에도 길이 너무도 낯익었던 이유는 그 일대가 Victoria 촬영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Eija-Liisa Ahtila interview를 읽고

(…) You have to proceed slowly to see the different parts that belong together, not to hurry, because then you will only get what you already know. (…)

– Eija-Liisa Ahtila

작가 인터뷰 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 맥락 없이 이 부분만 인용해 기록해도 오해의 여지는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미래의 나를 위해 기록해 놓는다. 이번 달 28일이면 한국에서 Deutschland에 온 지 딱 반 년이 된다. 서울에서 Berlin으로 왔다고 해야…. 아니다, 아현동에서 Kreuzberg로 왔다고…. 아니다, 마포대로에서 Bergmannstraße로 왔다고 해야….

이미 아는 것 /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 / 아는데 아는지 모르고 있는 것 / 현재 모르고 있는 것 /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 모르고 있는 줄 모르는 것 (…)

예를 들어 “안다/모른다” 기준을 사용해 아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액자를 하나씩 더 추가하여 무한대로 두르는 게 가능하다. 개인이 인식하는 사회는 천차만별로 다르지만 공유할 수 있는 경험과 그에 따른 담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과 문화 등이 생겨난다. 내 세계에 새로 추가된 개념, 원래 있던 가치, 엊저녁에 먹은 비-유기농 달걀, 모국어와 대응이 없는 독일 단어, 동거녀의 남자친구 발자국 소리, 각종 전시 리플렛, 어깨동무 당한 순간 등등 나에 관한 모든 것이 원소인 전체 집합이 있다. Eija-Liisa Ahtila의 영상 작업은 이 전체 집합 내부에 새로운 벤 다이어그램을 그려주고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앞서 인용한 인터뷰 구절은 그녀의 작업이 관객에게 벤 다이어그램 격 액자를 만들어 건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Happy New Fear! 

Aufgeregt!

Meine Anmeldung wurde zur diesjährigen künstlerischen Eignungsprüfung im Fachgebiet Bildhauerei registriert. Die Eignungsprüfung beginnt mit der Mappenabgabe. 15 bis 20 eigene künstlerische Arbeiten (keine Arbeiten, die als Schulaufgaben entstanden sein): Originalzeichnungen, Fotoarbeiten, Fotos von plastischen Arbeiten(keine Originale plastischer Arbeiten). Auf den Fotos sollten die realen Dimensionen der Objekte klar erkennbar sein. Objekte sollen von verschiedenen Seiten fotografiert werden.

Morgen gebe ich zum ersten mal an der deutsche Universität meine Mappe ab. Wenn ich viel Glück habe, finde ich übermorgen früh vor Prüfungsbeginn meine Bewerberin-Nummer in der Liste mit den zur Prüfung zugelassenen Teilnehmerinnen. Das bedeutet, dass es ungefähr maximal 22 Stunden dauert, all Mappen von alle Bewerberinnen zu überprüft werden. (Ist das aber möglich?)

최근 2주 정도 마무리 하느라 바빠서 컵라면 햄버거 식빵 카페 쇼콜라데 바나네 오랑줴만 먹으면서 월세 빼고 나머지 돈을 포트폴리오 가방, 사진이랑 드로잉을 붙이기 위한 두껍고 큰 종이 수십 장(한 장에 2,40€), 사진 인화료, 담배에 다 써버렸다. 다음달 초까지 어찌 버틸지 걱정인데 일단 저것부터 내고 걱정해야겠다. 지금 14시 52분. 다 끝냈든 못 끝냈든 무조건 이따 18시에 자전거 타고 Kottbusser Tor 근처에서 하는 전시 오프닝 다녀오려고 한다. 포트폴리오 상담해주는 페터가 초대를 공유해 주었으니, 가면 만나게 될 것이다. 매우 솔직한 단호박 부카레스트 할아버지…. 요즘 스트레스 받고 있긴 하지만 조금씩 하던 것들을 집중해서 확 정리하는 것도 좋기는…. 미리미리 해야 하는데…. 나 화이팅!

숙녀들이 쳐다본다는 두려움 없이

빅토리아 시대의 깨끗하게 잘 정돈된 가정의 이상은 더러움을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중상류층 가족의 휴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육체노동을 표현하지 못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회화나 사진에 나타난 여자 하인들은 가정에서 자신의 의무에 빠져있는 유순하고 복종하는 여인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1853 – 1874년에 사진에 찍힌 노동자 계급의 여인이었던 해나 컬위크(Hannah Calwick)의 일기는 또 다른 사실을 밝히고 있다.

나는 이 가족과 점차 친숙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전처럼 그들이 내가 계단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집안을 청소하는 동안에는 가족이 없는 편이 더 좋다. 왜냐하면 그 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고 더 철저하게 할 수 있으며 숙녀들이 쳐다본다는 두려움 없이 마음 편하게 옷을 더럽혀도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인이 더러워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더러운 일은 사람이 해야만 한다.

여성, 미술, 사회Women, Art, Society 228쪽 (Whitney Chadwick 저, 김이순 역, 시공사)

이사

갈등을 최대한 피하면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갈등 상황에서 이기고 싶어졌다고, 여기 오래 있다보면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생일 축하한다는 핑계로 국제전화 걸었다가 내 얘기만 하고 코 풀면서 끊어서 미안했지만, 여기 와서 5주 동안 했던 여러 생각 중 입밖으로 나온 이야기는 저것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북향 부엌이 갑자기 더 춥게 느껴져서 식탁 의자에 앉아 한참 더 울고 내 방으로 왔다. 같이 사는 분은 이제 버터를 실온에 보관하신다.

오늘 새로운 어학원에 처음 가는 날이었는데 늦게 일어날까봐 긴장했는지 한 시간에 한 번씩 깼다. 수업 끝나고 길도 익힐 겸 낯선 길로 50분 정도 걸어서 집에 왔다. 엊그제 장 본 걸로 파스타 만들어 먹고 잠옷, 속옷, 양말을 손빨래했다. copy shop 가서 독일어 모의 시험지와 Peter가 읽어보라고 준 참고자료를 인쇄한 걸 가지고 도서관에 갔다. 회원가입 후 책을 빌려오려고 했지만 거주자 등록증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번에는 거주증이 없어도 할인이 안 될 뿐 가입은 가능하다고 하더니 누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거주증을 만들러 갔을 때는 일정이 너무 밀려 있어서 두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여섯 자리 숫자가 적힌 대기표를 한 장 주었다. 거주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계약서를 쓰고 서명을 했다. 계약서를 쓰기 전 계약을 할 집을 찾아보던 기간에는 긴장했는지 한 시간에 한 번씩 깼다.

매트릭스: 수학_순수에의 동경과 심연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에는 의아한 점이 많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업이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조합되어 있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큐레이션이 설득력이 없어 보였고 결과적으로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 조합이라면 수학이 아니라 다른 아무 단어로 전시 제목을 바꿔 갖다 붙여도 말 된다고 할 듯.  전시 제목과 부제가 너무 거창하기도 하거니와….  나는 넌센스 퀴즈 풀자고 간 것도 아닌데.  작품 하나 하나 지나칠 때마다 점점 지치고 허기졌다;  1차적으로 작가가 수학을 소재로 – 혹은 영감을 받아 – 작업을 했다면 그 결과물을 보는 전시 관람객이 느낄 수 있는 수학에의 심연은 깊어질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작가가 수학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따른 다양한 대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음 글은 ㄷㄹ미술관의 ㅌㄹㅇㅋ 展에 대한 간략한 불만 포스팅이 될 예정….  나는 요즘 불만이 많다….

salad days

salad

사랑 받고 있는 느낌이 가짜일 수도 있을까?  나란히 앉아 맛있게 만들어 주신 샐러드를 같이 먹으면서 생각해 보았지만 알 수는 없었다.  그만 생각….

Habib House

1971∼1974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필립 하비브(Philip Habib)의 재임 중 지어진 미국 대사관저로, 그의 이름을 따 하비브 하우스라는 명칭이 붙었다.  당시 미국은 서구식 관저를 짓자는 의견이었으나 하비브 대사의 설득으로 한국식으로 건립했으며, 서양식 생활에 맞게 일반 한옥보다 천장을 높게 지었다.  한편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2009년 4월 29일 대사관저 곳곳에 배치한 미술품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하비브하우스 [Habib House]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얼마 전에 덕수궁 길을 걷다가 대사관저 문패에 써있는 ‘Habib House’의 ‘habib’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는데 이런 것은 알다가 잊은 것도, 뜯어보면 어원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특히 같이 걷는 사람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둘 다 스마트폰으로 당장 검색해보지 않고 지나쳤다면 이렇게 한낮에 갑자기 집에서 찾아보는 거다.  문패가 명패였네.  담이 아주 높았고 높은 담보다 더 높게 자라 우리가 걷던 길로 삐죽 나온 나무들이 왠지 얄미웠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이 집 앞을 지키고 있던 어린 경찰이 심심해 보여서, 그리 신날 것도 없는 대화가 너무 재미나게 들릴까봐 목소리를 낮추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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