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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ja-Liisa Ahtila interview를 읽고

(…) You have to proceed slowly to see the different parts that belong together, not to hurry, because then you will only get what you already know. (…)

– Eija-Liisa Ahtila

작가 인터뷰 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 맥락 없이 이 부분만 인용해 기록해도 오해의 여지는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미래의 나를 위해 기록해 놓는다. 이번 달 28일이면 한국에서 Deutschland에 온 지 딱 반 년이 된다. 서울에서 Berlin으로 왔다고 해야…. 아니다, 아현동에서 Kreuzberg로 왔다고…. 아니다, 마포대로에서 Bergmannstraße로 왔다고 해야….

이미 아는 것 /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 / 아는데 아는지 모르고 있는 것 / 현재 모르고 있는 것 /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 모르고 있는 줄 모르는 것 (…)

예를 들어 “안다/모른다” 기준을 사용해 아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액자를 하나씩 더 추가하여 무한대로 두르는 게 가능하다. 개인이 인식하는 사회는 천차만별로 다르지만 공유할 수 있는 경험과 그에 따른 담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과 문화 등이 생겨난다. 내 세계에 새로 추가된 개념, 원래 있던 가치, 엊저녁에 먹은 비-유기농 달걀, 모국어와 대응이 없는 독일 단어, 동거녀의 남자친구 발자국 소리, 각종 전시 리플렛, 어깨동무 당한 순간 등등 나에 관한 모든 것이 원소인 전체 집합이 있다. Eija-Liisa Ahtila의 영상 작업은 이 전체 집합 내부에 새로운 벤 다이어그램을 그려주고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앞서 인용한 인터뷰 구절은 그녀의 작업이 관객에게 벤 다이어그램 격 액자를 만들어 건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Happy New Fear! 

Gabriel Baggio’s “SOUP”

ⓒ Gabriel Baggio

Click the image above to read more about Gabriel Baggio’s artwork from his website.  I like the project “Soup” (performed in 2002) very much for the procedure/performance works as an almost perfect experiment presenting the concept of individuals, identity, legacy, communication and art.  Images and quotations are from the artist’s website.

“… The participants considered whether or not employees depends on how you define competition and artistic work. The Argentine artist Gabriel Baggio has examined this unclear area between artist and non-artist. In Soup (2002), Baggio prepared a vegetable soup, the traditional recipe of his family, with his mother and grandmother. All three used the same recipe and served their own versions of the soup to the audience, which included professional tasters evaluated the differences in chemical composition (the grandmother was the sweetest, and the mother of the most calorie-rich). The goal was not to feed the audience, but noted that the recipe is imperfect transmission of a text. Thus, alternative skills – since Baggio, the artist, was the least skilled cook – were recontextualized and demonstrated its aesthetic content, even when the artist was still necessary to legitimate collaboration as an artistic and culinary event … ”

Daniel Quiles. Conspiracy Theories: Notes on the Collaboration. Art international day. Number 122. Buenos Aires.

Gianpaolo Pagni workshop at Some Institute of Picturebook in Seoul

5월 7일~10일에 SI그림책학교에서 진행된 Gianpaolo Pagni 님의 워크샵을 받아쓴 내용입니다.  동시 통역을 해주신 윤경진 선생님께서 추후 검토, 수정해 주셨습니다.  ;-D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미지의 출처인 Pagni 공식 웹사이트로 연결됩니다.

Introduction / Who is Gianpaolo Pagni? / Presentation + FAQ / 1.5 hrs x 2 / Schedule of this workshop

조: 기존의 그림책과 다르게 접근하는 방법론이 있을 테니 한번 잘 들어보세

G: 제 이름은 GP.  초대되어 기쁘고 오늘 여러분께 제 작품을 소개해 드리겠어요.  저는 일종의 예술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제 작업을 소개할 때 그런 다양한 면모를 구획지어서 일단 예술가로서의 작업, 신문 잡지들과의 collaboration, 책 작업.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 보여드릴 예정.  토리노에서 태어나 16년간 살았고 부모님 직업 때문에 프랑스로 이주, 16세 이후 프랑스에 정착.  파리 소재 이탈리아 고등학교에서 학창 생활을 함.  사립학교 1년 이후 오를레앙 보자르 예술학교.

학창시절 이후 퐁피두 센터에서 일 시작.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아뜰리에.  나를 비롯한 팀 작업으로 어린이 상대 그림, 컴퓨터 등의 작업 같이 했다.  그림과 컴퓨터, 비디오 – 세 가지 기술적인 부분 섞어서 같이 하는 작업.  몇 년간 작업 후 퐁피두 떠난 이유: 거대한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에서 오는 한계, 자신의 마음대로 작업할 수 없었음.

포트폴리오 작업하여 신문사, 출판사에 보여주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한 정식 코스를 밟은 것은 아니다.  예술가로서의 공부를 한 다음 기술을 다 익힌 다음 나의 작업을 가지고 출판사를 찾아가 보여주며 일을 따내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것이지 처음부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공부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는 image 보여주면서 말씀 드리겠다.

  1. artwork: 나를 위한, 내가 주도한 예술 작업
  2. 신문, 잡지에 실렸던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주문 제작) 작업(신문, 잡지간의 차이점도 있다는 것을 유념)
  3. 출간된 책

1.  artwork: 나를 위한, 내가 주도한 예술 작업

COLORMUSIC

프로젝트 시작하면 일단 하나의 idea, 생각 -> 에서부터 series of image 태어나게 된다.  이미 무언가가 인쇄된 종이 위에 그린 그림.  Typo 포함 모든 것을 직접 그림.  글자는 가사.  타이틀에 색깔이 들어감.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은 파노라마 – 음악의 색채 파노라마.  좋아하는 음악을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싶었던 것.  40~50개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서 나오는 주된 색깔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전체적인 내 작품 세계의 특징; game!  내 앨범 중 색깔이 들어가있는 노래를 찾는 게임.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에서 찾은 색깔 있는 노래.  한국 노래 중 색깔 들어가있는 노래 알려준다면 해보겠다 -> Colormusic의 전세계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듯

Blue, black 많음.  이 프로젝트 전시하게 되면 절대 같은 배열을 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색깔을 우연에 따라 임의로 재배치.  이 작품 전시할 때 전시장에 노래들 메들리로 들려준다.  나는 글씨, 글자 좋아한다.  글자 자체로의 형태가 좋아서 글자를 ‘그린다’.  다른 작업도 어떤 면에서는 첫 번째 작업과 somewhat connected

MIRANDOLA (부제: Tentative d’épuisement d’empreintes d’objets tamponables)

도장으로 만들 수 있는 오브제들의 흔적(소인, 각인된 결과물)을 소진시키는 시도.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스탬프 삼아 찍은 흔적 목록.  프랑스 문학가 조르쥬 페렉의 소설 “어느 파리 지역의 완벽한 묘사 시도 Tentative d’épuisement d’un lieu parisien (파리 쌩 쉴피스 광장의 한 까페, 벤치에 앉아 3일간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빠짐없이 묘사한 실험적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이다.

2003년에 시작했던 프로젝트, 나중에 책으로 나옴.  일종의 (모든 사물들의) 시각적 백과사전.  사물들objets, 오브제란?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고른 것이 아니라 집에 있던, 친구 집에서, 길에서 주운 물건들.  (ex. 녹음기 부속, 할머니 자켓 단추, 뽀르또Porto 술병 뚜껑(그림이 있다), 코르시카 섬에 초대받았을 때 발견한 책, 라이터, 고무줄)  이 모든 사물들의 흔적에 번호를 매겼다.  왜?  모든 흔적을 책으로 만들어서 index 매기려고 – 언제나 원래 물건을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ex. No. 39: 카세트 테이프, No. 156: 클로에 할머니네 집에 있던 단추 (상자 속에 잔뜩 있었다))

시각적인 백과사전이자 일상의 평범한 버려진 것들에 대한 찬가.  우리가 서랍에 넣어놓고 잊어버린 하찮은 것들에 대한 찬가.  개인적인 일기, 카탈로그, 또 여행기라고 볼 수도 있다. (ex. No. 376: 미국 여행에서 주운 음료수 병 뚜껑, No. 216: 턱수염 – 평소엔 기르지만 한번 깨끗하게 다 깎았을 때 봉지에 담아뒀다가 찍음, 고무줄, 리모콘, CD, 손가락)

Enquete au tampon (도장 탐문)  *도장에 대한 탐문이 아니라 도장을 도구로 사용한, 도장을 갖고 탐문하는 뉘앙스.  도장을 찾아 찍은 흔적-인(印)이 작품이니까.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잡지(‘Le Tigre’)에서 행한 프로젝트.  유명인사들이 살았던 곳,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과 관계된 곳을 다시 찾아가보는 것.  탐문; 정확한 사실을 찾는 것이라기보다 상상을 이용(ex. 칼라 브루니가 다녔던 학교).  특별히 역사적인 장소가 아니라 ‘유명한 사람을 어디서 봤다’라든가(ex. 친구가 비지스 만나 싸인 받았던 곳), 성인(Saint François d’Assise)의 이름이 붙은 교회 앞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것들, 이야기가 얽힌 장소 -> 호랑이Le Tigre(월간지)에 실림

Memoire tampon

노르망디 지역 고등학교에 초대받아 그곳 고등학생들과 함께 책 만드는 작업 했음.  나는 책을 만들 때 항상 image를 가지고 한다(텍스트 이용하는 경우 거의 없음).  내가 이미지를 제안하고 학생들이 텍스트를 쓰고.  조르쥬 페렉 책 제목 따라서 학생들이 ‘나는 기억한다Je me souviens’로 시작하는 짧은 글을 지었다.

조르쥬 페렉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 나는 기억한다 + blabla = systematic approach -> 이런 방법론을 차용해서 작업

학생들과 작업하기 좋은 방법이었다; ‘나는 기억한다’ 다음에 자신이 기억하는 어떤 것이라도 길든짧든 추가할 수 있기 때문.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나는 기억한다 + 뭐뭐뭐’ 쓰면 그것을 도장으로 만들었다(ex. ‘나는 기억한다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어 스피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할머니의 낡은 책의 냄새를’, ‘나는 기억한다 어떤 게임에서 내가 항상 이겼던 것을’, etc.)  이 문장들을 읽고 생각하면서 이미지 작업을 했다.  생각한 이미지들을 도장으로 만들었다 한쪽에 텍스트 놔두고 보면서.  인물, 동물, 그래픽적인 이미지 등(그림을 그릴 수 있는 요소)을 도장으로.  내게 있어 도장은 펜이나 만년필 같은 도구.  Image format은 A4로 통일.  텍스트가 있는 페이지, 이미지와 도장으로 이루어진 작품.  그림으로 일러스트를 그린 게 아니고 텍스트는 텍스트대로 있고, 뇌 속처럼 다 섞여있어서 뒤적여야 하는 구조로 책을 만들었다.  도장 = 기억.  아주 정확하지 않고 흐려지기도 잊혀지기도 뒤섞이기도 하는 기억, 추억과 같은 형태.

Senza nuvole (구름 없이)

마지막으로 소개할 도장 컨셉을 가지고 한 작업.  이탈리아에서 출판됨.  일종의 언어유희.  만화에 대한 오마주.  이탈리아 언어에서는 말풍선을 구름이라고 부른다.  만화가 가지고 있는 사각틀framing을 형상화하고자 함.  어렸을 때 만화책 무척 좋아했다.  여러 가지 사각형 배치되어 있는 모습 좋아했음.  수많은 사각형들의 형태를 재현해서 그에 대한 오마주를 하고 싶었다.  그림 그리면 그걸 도장으로 만들어서 찍는다.  사람 모양 그려서 무수히 겹쳐 찍은 것

Very

그림으로 돌아온 작업.  언젠가 미술관 가서 발견한 예술 패션 종합지(Very)의 질감이 맘에 들었다.  흰 종이 위에 직접 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잡지 발견하여 가지고 와서 중철 제본 풀고 덧칠해서 잡지를 개인적으로 재창조.  그 잡지에 인쇄된 인체 형태, 실루엣, 타이포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  형태를 활용해 구상과 추상을 혼합.  잡지에서 빼낸 인물을 다른 작업에 다시 집어넣어 만들기도(카우보이).  어느 순간 잡지를 다 써버리고 그 종이가 없어서 잡지 발행처에 연락, 같은 호 잡지 5권 살 수 있는지 문의.  내용이 아닌 판형, 종이 재질이 좋아서라고 솔직히 말함.  편집인은 잡지를 줄 테니 그 잡지로 작업한 Pagni의 작품 두 점을 다음 호 Very에 싣겠다는 제안을 해서 탄생하게 된 ‘Very 속 very’.  마치 누가 텔레비전을 보는데 그 안에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이 있고, etc.  이 작업을 다시 한다면 잡지의 제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또 하겠지요.

Magazine(이게 잡지 이름임)

Very와 유사한 방식이지만 이번에는 종이를 반으로 자르지 않고 한 바닥 펼쳐놓고 다.  잡지 지우기 = 자유롭고 스트레스 해소 되고 매우 즐거운 작업.

잡지를 위해서 일하기도 하고 : 잡지를 지우면서 하면서 = 잡지와 저의 애증 관계 표현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잡지에다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일단 하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잡지의 특징 중 하나는 페이지 넘기면서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는 것.  그런 것들의 우연성, 빚어내는 이야기의 충돌.  잡지 뜯어서 그 위에 그리고 다시 그걸 묶으면 내용이 섞이는 우연성에서 재미 발견.

Sans motif

난 반복하는 것을 좋아함.  어떤 한 테마, 형태 반복(벽지, 화장지….).  형태의 반복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유희 있다!  프랑스어에서 motif라고 하면 원인, 동기, 이유를 뜻하기도 한다.  이를 이용한 형상화 작업.  여자가 남자를 배반하면 남자 머리에 뿔이 난다는 표현이 있다.  그런 것들을 모티브의 반복을 통해 이미지로 형상화.  유희.  우아해 보이는 반복 무늬를 자세히 보면 쥐.  프랑스와 비노(프랑스의 유명한 수집가) 얼굴 반복.  에르메스 hermès 로고 반복할 때 실수로 가장해 일부러 철자 틀려서 포진 herpès 반복

Dactylo (타자기 = 컴퓨터의 전신)

14~15세 토리노의 회계 고등학교 다닐 때 자판을 보지 않고 타자를 치는 것을 배우고, 가짜 공문서를 보면서 자판 안 보고 치는 연습을 하곤 했다.  1985년 문서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1999년에 발견, 옛날 타자기로 찍은 글씨가 아주 아름답게 느껴졌다.  도장과 비슷한 원리,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글씨 찍힌 종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회계 종이: symbolizes ‘될 수도 있었던 무언가’] + [그 위에 찍은 도구: 지금의 예술가, 화가 모습] = 이 두 요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관계를 표현.  가짜 공문서 + 내가 지금 아뜰리에에서 쓰고 있는 도구들(붓, 씨디).  파란 선; 정확, 엄격, 규격화된 line –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율

A subito-bip (또 봐! in Italian)

친구들과 1년 간 운영해온 블로그 작업.  photography + sound + GP.  바로 바로 반응하여 한 작업.  그림 올리면 사진가 친구가 사진 올리고 그에 따라 소리 올리고; 3인의 dialogue.

Dedans (그 안으로 in French, 부사, 명사, 전치사)

프랑스 편집자가 ‘아티스트들의 노트’ collection 출판 준비하며 책 의뢰.  마치 책 구매자가 아틀리에에 간 것 같은.  그 사람이 직접 개입을 할 수 있는.  그 사람이 책에다 직접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만든 책.  책 구매자가 직접 구멍에다 그려 넣을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둔다.  형태를 오려서 보관한다.  오리고 남은 페이지에 색칠을 했을 뿐.

Multiple – la smorfia (꿈의 신 ‘모르페’에서 유래한 Italian)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게임 이름.  꿈 사전.  해몽서.  꿈의 내용이 숫자로 표현되어 있다.  꿈에 해당하는 그림에 있는 숫자를 찾아 로또!  1~90 (1 이탈리아 5 손 10 콩 88 죽음이 말을 한다 90 공포)  중세 시대부터 내려오는 책, 여러 가지 버전의 일러스트레이션 책 있다.  그것을 GP 나름의 일러스트로 재해석, 재창조.  [꿈 -> 숫자 -> 로또]  이건 수출해볼 만한 idea가 아닌가?

‘우회전략’이라는 card game; 브라이언 이노(영국 음악인, producer)가 1970s 발명.  원리; 카드 draw – 글이 써있다.  카드가 약 백 장 정도 들어있다.  주로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말이 적혀있다.  생각이 막혔거나 생각이 안 나거나 할 때 뽑은 카드; ‘잠깐 멈춰’, ‘그건 일일 뿐이야’, etc.  이 게임도 복권처럼 우연에 기대하는 것과 같은 원리.

2.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업

잡지(주간지, 월간지) art director와 연락하여 기사를 받아 그에 따른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방식.

그때 상황 봐서 할지 말지 정한 다음 크로키를 편집자에게 보냄.  메일 교환하며 작업.  주제는 기사에 따라 달라짐(주거 문제, 일본 자동차 도시 취재 기사 등).

95~96년 이런 일을 했을 당시 fax로 크로키 보내고 오토바이 퀵 서비스로 완성한 그림을 보내곤 했다.  운송수단의 불편함(=시간적인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아직 그림 마무리 못했는데 배달부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거나 하는 압박.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서 더욱 편한 작업 환경.  일러스트 작업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  작업이 시간과의 싸움.

주간지나 월간지는 어느 정도 준비 시간이 maximum 1주일 주어진다 – 잡지 일러스트는 기사 text와 그림이 같이 있는 형태 – 둘이 어떻게 같이 존재하는지 잡지 자체를 스캔해서 보여주심.

잡지를 만드는 것은 편집자.  Page 편집도 편집자 재량.  편집에서 그림의 자리를 확보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  잡지 <24>의 경우 잡지 내 이미지 위치 확보를 잘 해주고 있다.  그림으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폭로해줄 뿐.

미국 잡지 답답해.  그들이 직접 그림을 하려고 할 때도 있다.  NYT; 기사를 읽은 후 수많은 크로키 제안했으나 편집자는 이미 점찍어둔 그림이 있었고, 나의 그림 받은 후 임의로 color를 바꾸기까지 했다….

여러 가지 주문 받아서 한 작업들.  프, 미, 이탈리아 등지.  영화 산업 관련 잡지.  프랑스 문학계의 새로운 얼굴들.

예전보다 요즘은 아트 디렉터 위의 관료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 같긴 하지만 나의 작업 방식을 이해해주는 아트 디렉터를 잘 만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시간을 촉박하게 부르는 잡지사도 있었다.

저는 이제 일러스트를 ‘그림’으로 하지 않아.  그림 직접 그리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이 싫고 기쁨으로 남아있는 것이 좋아서 직접 그리지 않아.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면 바로 내려놓고 컴퓨터로 작업.  손그림처럼 보여도 컴퓨터 작업인 경우 많아.

Newspapers

일간지는 시간적 스트레스 심해.

리베라시옹; 불법 다운로드, 저작권 문제에 관한 일러스트.

르몽드; 일간지라 촉박하지만 금방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기쁨이 있다.

대량인쇄 하는 신문의 경우 곳곳마다 인쇄 상태 다르기도.

La femme aux deux visages; 개에게 얼굴을 물려 얼굴을 다쳐 얼굴 이식 수술을 받은 소녀 인터뷰 기사: 처음에 주문 받았을 때는 b/w 인쇄.  그날그날 광고 매출에 따라 인쇄 color 달라지는데 막판에 color로 바꾼 경우.  일간지에 크게 실리게 되는 흔치 않은 경우라 두 번 작업.  나에겐 색깔이 중요 – 색을 상징적으로 사용하기 때문.

  • 정면 빨간 얼굴(여자 본연의 얼굴, 상처 입은) + 속에 하얀 mask, 새 얼굴의 실루엣.
  • 밑의 삼각형; 상처를 낸 개 이빨.
  • 배경의 얼굴 반복 모티프; multiple한 얼굴의 가능성을 표현.

다양한 주제로 작업한 일간지 illustration

리베라시옹(프랑스 일간지): 어둡고 센 강력 사건(연쇄 살인마, 강간 등 사진을 사용할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일러스트를 많이 의뢰 받았다.  내 그림이 추상적인 이유도 있음.  리베라시옹에서 전화 오면 우울했다 (그런 사건사고가 일어났다는 뜻이니까).

르몽드

  • 2회/1달 스포츠 섹션 그림 작업; 연간계약
  • 르몽드 기자가 체험한 다양한 스포츠 기사 + 기사와 같이 실릴 일러스트
  • 글을 쓰는 기자는 나보다 더 스트레스 받았을 것이다, 시간이 촉박해서 내가 그 기사 글을 직접 읽고 작업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전화로 기자와 통화하고 작업하는 경우가 더 많음)

Posters

  • 락페스티발 Oh!(감탄사 as well as ‘물’).  동음이의어 언어유희.
  • 영국 마그마북스 유럽 축구 챔피언십 프로모션 포스터
  • 재즈, 건축, 조경
  • 이란 독재자 규탄 미국 아티스트 모임 행사 포스터
  • 청소년을 위한 영화 홍보
  • 동물을 영화와 매치시켜서 작업
  • 포스터 작업; 포스터에 들어가는 많은 로고를 어떻게 배치시킬 것인가 고려하는 문제가 있다
  • 브뤼셀 극장을 위해 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영화 관련 자신이 해온 작업을 브뤼셀 극장 측에서 좋아하여 거리 포스터로 쓸 것을 제안.  그렇게 선택된 포스터가 어떻게 길, 공간 속에서 전시되었는지 사진으로 보여줌.

Editions (책 표지 작업)

  • 청소년 위한 문학 전집(collection) 커버 작업에 참여
  • 작가와 연결, 같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커버 작업 많이 했음
  • 시간 문제 때문에 책 다 읽고 작업하는 경우 거의 없고 요약본을 이용 – 도움이 되기도 함
  • 전체 읽으면 너무나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작업이 힘들어질 수도 있으므로

Objets

제품의 형태를 구체화하는 작업

에르메스 남성복 실크 담당자 만나 도장 찍어 번호 매긴 작업 보여주었다.  그가 책(Mirandola)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  수작업 하는 사람들의 아틀리에에 가서 그들의 도구의 흔적을 갖고 싶다고 말하자 에르메스 그분이 도움을 주었다.  그분 덕에 에르메스 가방 만드는 아틀리에에 가서 가방을 실제로 만드는 장인들의 도구를 이틀 동안 찍었다.  에르메스처럼 전통적인 기업 아틀리에 가면 노익장 장인 있을 줄 알았는데 대부분이 젊었고 랩 틀어놓은 채 작업하고 있었다.  그들이 GP 작업에 관심을 갖고 에르메스 스카프 디자인의 기초로 활용했다.

도장 배치 순서;

  • a. 작업 순서대로 1~189 배치하는 방법
  • b. 가장 짙은 색부터 밝게 나온 것까지 배치하는 또 다른 방법
  • 결과; 흑백 판형 + 붉은색 숫자(index) + 번호마다 도구에 대한 설명 적힌 브로셔

Design

  • 그래픽 이용한 달력
  • 그림 소파; 벽에 걸거나 깔고 앉을 수 있는 제품
  • 벽에 고정시키는 badge
  • Revue de presse
  • Elephant 영국 잡지
  • GP 작업에 대한 기사
  • Gianpaolo Pagni,  Graphic Painting

책 작업

Futebol

  • 축구책
  • 유명한 축구 선수들 그래픽 아트, 그림, 도장

Dactylo

  • Type writer + 도구

Mirandola 사물 찍어서 번호 매긴 책

  • 사물 크기 조정하지 않고 찍힌 그대로를 책으로 냈다
  • 책 말미 index

Dedans 독자 참여 구멍책

  • 앞뒤 커버에만 text 있다; 안에는 text 없음

Double face

  • Ed. Corraini에서 출간
  • 청소년을 위한 책
  • 바로 봐도, 거꾸로 돌려 봐도 마스크가 되는, 1+1 상품처럼 경제적 불황기에 딱인 제품

알리게이로 보에티(이탈리안 가난 조각가, 화가) 헌정 작품

  • 둘로 나뉜 아티스트의 이중 정체성, 존재론 세계
  • Gianpaolo & Pagni (“알리게이로 & 보에티”라는 서명 방식 따라함)
  • 보에티 says, 인간이 모여서 사는 사회는 근본적으로 이원론에 기초하고 있다
  • Ex. digital 0, 1 / 크고 작고 / 아름다움 추함 = 대비되는 두 가지가 존재
  • 세포 분열; 두 개로 나뉘고 또 각각이 둘로 나뉘고 인간 신체에서도 두 다리, 두 눈, 두 팔….
  • 이중성, 두 개의 대결 개념으로 확대될 수 있다

La pasta

  • 일반적이지 않은 요리책을 만들고 싶었다
  • 요리책 사진이 아름답다고 느낌
  • 롤랑 바르트 저서 ‘Mythology’; 마켓에서 음식 사진을 봤는데 실은 그게 가짜였다
  • 사진을 위한 음식은 실은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 레시피대로 만들었을 때 책에 있는 사진처럼 먹음직스럽게 나오지 않더라
  • 어차피 바르트 씨 말처럼 가짜니까 사진 빼고 스파게티 레시피를 위해 스파게티 연상시키는 그래픽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요리책 만들어보자
  • 10살 때 이탈리아에서 학교 다닐 때 아침에 등교해서 오후 4시에 하교, 중간 점심 급식 먹는 것도 국어 수학처럼 교육의 한 재료라는 idea

Memoire Tampon

  • 노르망디 고등학교 학생들과 만들었던 작업
  • 도장으로 찍은 글과 GP 이미지를 같이 수록해 묶은 책

Tourbillon (회오리)

  • 어린이를 위한 책, 그림만 있고 아래에 한 단어
  • Ex. 파리(그림) + ‘짜증나다(text)’
  • 나라마다 다른
  • 앵무새(그림) + ‘반복하다(Repeater) + cococococo

L’explorateur 탐험가

  • 망원경 zoom in/out 다르게 보이는 모양을 연이어 보여줌
  • 정글에서(text) + 추상적인 부분 -> tigre(호랑이) + 구상적인 전체 모양

Paroles de joies (기쁨의 말); 주문 작업

  • 많은 작가들의 기쁨에 대한 글 + 그에 따른 이미지 작업(다양하게; 회화, 소묘 등의 시도)

ABC Tam tam (철자책)

  • Memo에서 낸 가장 최근 책
  • 도장의 장점인 반복
  • 도장을 반복해서 찍으면 소리를 발생시킨다
  • 도장 팡팡 찍는 소리는 ‘Tam tam(originated from an African word, 소통을 위한 소리)’ 북소리 연상시킨다, 북소리는 매우 원초적임
  • Left page; 알파벳 반복 MMMMMMMM (반복으로 인하여 알아볼 수 없는 형태가 되기도 한다)
  • Right page; moustache(text + image)

Exhibitions

  • 첫 번째 참여한 전시회
  • ‘스쳐가는 (덧없는, 일신적인) 전시회 Salon d’éphémère’ 라는 전시
  • 길거리를 무대로 한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작품을 직접 벽에 그리는 형식으로 참여
  • 매거진 작업과 개인 작업 원화 전시
  • 옛날에는 캔버스에 작업하기도 했다
  • 요즘엔 종이에
  • ‘구름 없이’ 작업은 안경 wall painting 속에 걸어서 전시

기타. 털복숭이 아빠 애니메이션

  • 낙관적이다
  • 관습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던 방식 잘 안됐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재밌는 작업 탄생시킨 털복숭이 화가의 이야기

* * * * *

Q; 영향 받았거나 존경하는 아티스트는?

A; ‘미란돌라’ – 조지 페렉(문학가)과 그가 이끈 문학 운동 Oulipo 에 영향을 받음.  마우리치오 카탈란(조각가)의 히틀러 기도상, 벽에서 뛰쳐나오는 말의 머리 형상에서 영향을 받음.  충격적인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그 작가가 최근 아티스트이기를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들었음.  토일렛 페이퍼라는 사진 잡지 일만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음.  이 분에게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  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어떤 사물일 수도 있고 털복숭이 아빠와 같은 만화가 영감을 주기도 함.  외부적인 자극도 있지만 저만의 개인적인 이미지, 기억이 작품의 길을 열어주기도 함.  일반적으로는 도발적인 작가를 좋아함.  러시아 구성주의 사조, 포스터….

Q; 작업할 때 어떤 점이 자신을 괴롭게 하는지, 그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A; 최근에 겪었던 문제는 illustration 작업 해야 하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과 충돌하는 지점이 어려웠다.  나만의 해결 방식; 그림으로는 주문 작업 안하고 컴퓨터 작업만 하기로 결심한 것.  그림 그릴 때 진정한 기쁨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는 작업.  나의 개인적인 예술작업, 프로젝트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낀다.  주문작업 할 때도 즐거움을 느끼지만 주제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즐거움을 느끼더라도 학교 운동장처럼 닫힌 세계에서 노는 것이다.  내 작업은 ‘열린 상태’; 훨씬 많은 영양가를 섭취하게 된다.  미란돌라 같은 개인 작품에도 분명히 벽이 있지만 그건 내가 정한 벽이고 나는 그 안에서 노니까 괜찮다.

Q; 기법적으로 물건을 어떻게 찍어냈는지?  일반적인 스탬프처럼 손잡이도 없는데….

A; 대개 맨손으로 잡고 손을 더럽히며 찍어낸다.

Q; 일반적인 스탬프 잉크를 사용하시는지?

A; 네, 닦아서 원상태로 복귀시키거나 찍고나서 버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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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hop 2일차, 3일차에 필요한 준비물 안내

공동작업에 필요한 것들

  • 작은 오브제(찍을 것들);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이
  • 못, 구슬 등
  • 닦아서 원상복귀 할 수 있는 것(쇠 등) 괜찮음
  • 물건 자체를 이용해 물건의 흔적
  • 자신만의 고유한 visual encyclopedia 만들어보려는 시도
  • 커피 컵 뚜껑, 집게 등
  • 굴곡이 있는 것들로 시도해보자
  • 너무 큰 물건보다는 잉크패드 이용해 찍을 수 있는 것들
  • Engraving gum; 선생님한테 몇 천원씩 주고 사면 된다.  조각도 등 가지고 와도 돼.
  • 내일 함께 찾아봅시다.  함께 찾고 실험해보아요.  의논해가면서 같이 작업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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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이번 워크샵에서 Mirandola 작업을 하게 한 이유가 있다.

첫째로, 미술 화방에서 일반적으로 팔지 않는 것으로 그리는 것.  예를 들면 산업도료, 건물 외벽 페인트, 수작업 재료 등이 있다.  건물 페인트 샵 같은 곳에 가는 것을 좋아했던 이유는 미술 재료인 튜브 물감이 양은 너무 적고 비쌌기 때문이다.  큰 작업을 하는데 페인트가 유용하다.  난 화방 물감으로 작업하면 10초면 다 쓴다.  도료상에 가서 큰 건물 외벽용 페인트 통을 사서 쓴다.

Mirandola 책 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평소 생각 없이 전화할 때 낙서를 하듯이 우연히 생각이 떠올랐다.  내 작업실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많다.  책상 위에는 백지가 있고, 우연히 물건으로 스템프를 찍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좋아하는 물건들을 매일 찍기 시작했다.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하는 작업을 잘 하는 것 같다.  난 어떤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업하지 않고, 경험적으로 우연히 주변으로부터 생각이 나에게 와야 한다.

물론 나도 이야기나 생각을 가지고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해 보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미지가 생각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른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이미지를 먼저 만들고 그것을 모아서 책으로 만든다.  내 책에는 내러티브, 이야기가 없다.  왜냐하면 글쓰기와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이미지 자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책은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이를 concept book 컨셉북 이라고 부른다.  이런 희한한 책을 출판해 주는 곳은 드물다.  책은 이미지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최소 두 개의 이미지가 있어야 출발된다.  두 개의 이미지가 만나면서 의미가 발생하고 책이란 오브제가 탄생한다.

책이란 내구성을 지닌 오브제, 시간적인 지속성(시간성) – 몇 세기 갈 수도.  책과 아이팟을 바닥에 던져 보라, 무엇이 더 튼튼한가?  (딱히 내가 iPod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님)  Technology의 발전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그 형태로 계속될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책이 아이팟에 비해 갖고 있는 장점; 만질 수 있다는 것.  아이팟은 어딜 가나 똑같고 아이팟이 주는 sensation은 같지만 책의 경우는 다 다르다 -> 책에 대한 예찬, 여러분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방향으로 가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간 자체(SI)가 책을 위한 공간이니까.  Technology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나 자신도 많이 사용하지만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이런 작업 제안한 두 번째 이유;

아주 단순하고 심지어는 버리는 것을 가지고도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느끼길 바랐다.  저는 물론 교수가 아닙니다, 될 일도 없고…..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부터 여러분의 작업을 보면서 관람객(spectator)으로서 이야기를 하겠다.  관람객보다 더 좋은 것은 제가 이 작업을 직접 한 것처럼 작가에 동화되어 보는 것이겠죠.  자기 작업을 보면서 아 이거 괜찮네 하고 느끼기까지 1년이 걸릴 수 있다.  제대로 보고 이야기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러분이 작업할 때 작업실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작업을 버리지 않아요.  마음에 들건 아니건 작업한 것을 항상 간직.

  • 좋은 점; 몇 년 후에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 단점; 작업실이 창고/쓰레기장/엉망
  • 재밌는 점; 질서와 무질서의 혼재!  난잡하게 벌여놓으며 작업 하다가 이번 주말에 정리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 정리 자체가 작업이 되기도 한다; 정리가 며칠 걸리면서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바닥 빗자루질 하면서 작은 물건을 찾기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님.  여러분의 개성이 다름.  사람에 따라 좀 더 graphic한 쪽으로 더 성향이 흐르는 분이 있고 그림 쪽으로 가시는 분도 있는 것 같다.  기술적으로 놀랍고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종이 때문인지 잉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물, 로봇으로 형상화한 것 – 붓이나 연필이 없어도 어떤 형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핑계.  작업을 많이 하면 할수록 발견을 해야 하는 와중에 자기 언어와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작업은 ‘찾기’의 아주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자기만의 언어’ (technique < 자기만의 언어).  여러분은 화가인 만큼 그림을 가지고 소통을 할 수 있어야.  자기만의 언어의 그림을 가져야 한다.  자기 작업의 언어를 발견하기 위해서 자기 작업에 대해 ‘진솔함’을 가져야 한다.

제가 첫날 빔 프로젝터로 이야기할 때 빼먹은 부분이 있어요.

장 뒤뷔페 Jean Dubuffet 가 제창한 예술 사조 아르 브뤼Art brut는 거친,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예술이란 뜻으로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작품들(*아웃사이더 아트 outsider art 참조 – 역주).  이 사조의 요점은 미친 사람처럼, 이성을 가지고 생각하는 예술이 아닌(Ex. 어린이의 그림).  프랑스 북부 릴 소재 미술관에 그 사조에 속하는 작품 모아놓은 뮤지엄이 있다.  작가 자신도 설명할 수 없고 아티스트도 아닌 작가의 작품이 모여 있다.  미술 교육을 특별히 받지 않은 사람들.  미술 교육이란?  미술 교육을 받고 결국 자신이 그 배운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기억 상기하기 위해 돌아다니며 이야기하겠다(학생 작품 보면서 하신 말씀);

  • 종이 선택 + 붉은 잉크 + 3rd color(unintended) = 예측하지 않은 부분
  • 만 레이 연상시키는 작품; 사진기 대신 확대기를 사용한 레이어그람 작품이 생각난다
  • 옛날 방식의 black/white 사진 인화 작업을 해보셨나요?
  • 인상적인 black color
  • 다양한 컬러의 사용이 돋보임
  • 그림(회화) 쪽으로 관심이 있고 큰 작업 하는 사람 같다
  • composition, 그래픽적 조합이 인상적
  • 잘라서 작업한 점이 특이
  • 섬세, 오브제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
  • 재활용지, 프레임지 활용
  • 러시아 그래픽, 다른 종이의 활용, 내러티브
  • 물체의 배치가 정연, 일정 / 찍은 게 아니라 복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 소비에트 말레비치 느낌
  • black에 가까운 blue color 아름다움
  • 중첩 효과
  • 색을 이용해 관계를 만들어낸 점이 재미있음
  • 오브제의 활용에 대해 고민한 것이 느껴짐
  • 일관적, 독자적 세계가 느껴짐
  • 움직임, 자유롭게 찾아가는 느낌
  • 물감 같은 잉크 느낌 / 판화 느낌, 여러 형태의 동그라미
  • 전시의 형태 고려한 게 느껴짐 / 소박한 형태, 단순 / 들춰보게 만든 것도 독특
  • 화가의 작품 같다 / 자유롭게 느껴짐 / 그리고자 하는 욕망이 느껴짐 / 자유로운 흔적
  • 어둡고 그림 같은 방향성

* * * * *

지난 시간에 어떤 분이 제게 영향을 준 것에 대해 질문을 하셨습니다.  인상 깊게 본 영화, 책.  제가 영화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파리에서 시네필 친구를 알게 된 것.  영화를 메시지로서 이해하는 것, 영화를 다르게 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일종의 exercise를 해봅시다.  제가 youtube에서 영화의 sequence를 찾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나씩 보며 이야기해봅시다.  이 영화들이 흥미로운 것은 때로 말이 없어도(나의 그림책처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

*Série Noire (형사물) – 알랭 꼬르노 Alain Corneau / Fr. 1979

미국 소설(A hell of a woman)을 바탕으로 각색한 형사물.  칙칙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커플의 비극.  프랑스 명배우 파트릭 드베르 Patrick Dewaere 혼자 열연하는 영화 도입부 3분(이 자체가 작품!).  영화 배우는 약 20년 전 자살했다.  이 3분 동안 배우가 말 한 마디도 안 하면서 몸짓으로만 영화사(영화 장르) 전체를 표현하고 있다. – 웨스턴, 멜로드라마, 뮤지컬, 등. Action(총잡이들의 대결), musical, romance

*La Linea (선) – 오스반도 까반돌리 Osvaldo Cavandoli / It. 1972

이탈리아, 프랑스 tv에서 상영되었던 2~3 min animation.  재미있는 점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그림이 대화하는 것.  화가가 결과물에게 좀 못되게 굴죠.  약 300개 정도의 짤막한 episode가 있다.

*Il sorpasso (이탈리아 제목: 추월, 프랑스어 제목: le Fanfaron 허풍쟁이) – Dino Risi 감독 / It. 1962

두 명의 거장 배우 빗토리오 가스만(이탈리아 사람), 장 루이 트리티냥 주연.  내용; 대조적 성격의 두 남자가 만나 하루를 보낸다.  빅토리오 가스만은 허풍쟁이, 장 루이 트리티냥은 진지한 학생 역할.  8월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텅 빈 로마.  공중전화 찾는데 모두 고장 났고 그걸 발견한 다른 한 명을 만나게 된다.  차 안의 고추 모양 – 이탈리아에서는 빨간 고추를 만지면 나쁜 운을 물리친다는 속설이 있다.  한 명은 겁이 나서 그런 동작을 하지만 the other 하지 않음.

*L’Homme à la camera(카메라를 든 사나이) – 지가 베르토프 Dziga Vertov 감독 / Urss 1929

모스크바 시민의 하루를 보여주는 영화.  당시 카메라(돌리는 카메라)로 찍은, 무성영화 시대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한 새롭고 놀라운 shot 볼 수 있음.  필름으로 제대로 보면 훨씬 멋진 영화다.

*Le Samourai 사무라이 – 장 피에르 멜빌 Jean Pierre Melvielle 감독 / Fr. 1967

수사 추리극, 알랭 들롱 주연.  왜 사무라이?  알랭 들롱이 사무라이처럼 무표정하고 딱딱한 killer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  1960년대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멜빌은 프랑스의 훌륭한 위대한 감독, 알랭 들롱과 작품 많이 같이 했다.  버스터 키튼 표정 없는 것으로 유명한 것처럼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The saddest music in the world – 기 마딘 Guy Maddin 감독 / Canada 2009

가난한 버전의 데이빗 린치 같은 사람(저예산).  매우 특별한 감독.  올해 퐁피두 센터에 초대되어 자신의 영화 상영회를 하는 동안 영화 관객을 촬영하기도.

* El sol del membrillo 빛의 꿈 – 빅토르 에리스 Victor Erice 감독 / Spain 1992

실제 화가의 작업 모습을 찍은 영화.  스페인 감독, 스페인 화가.  화가는 커다란 사과 같은 열매를 그리고자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은 배우가 아니라 진짜 화가이며 영화 자체는 fiction.  그림에 관해 이야기한 영화, 그림을 주제로 한 영화는 대개 실패작인 것 같지만 이 영화는 그림/’그린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표현한 영화.  잭슨 폴록, 앤디 워홀에 관한 영화는 ‘영화’일 뿐인 반면 이 영화는 그림의 결과가 아니라 화가가 주제와 맺는 관계를 보여준다.  작업 중인 화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 – 보기 드문 장면.  화가가 자연(화가 자신의 주제)과 전투하는 현장을 보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스페인의 투우사 같다.  소와의 만남을 위해 준비하는, 자신의 공간을 정리하는, 자신의 도구 및 장치를 준비하는….  영화 진행되면서 화가는 많은 일을 겪는다 – 비가 온다거나….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the night of living dead / 조지 로메로 감독 / USA, 1969

일부는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건 좋은 영화요.  1969년에 로메로 감독이 만든 첫 번째 좀비 영화.  그 이후에도 이 감독은 같은 주제로 여러 영화를 만들었다.  좀비가 살아있는 사람을 물면 좀비가 되는….  로메로가 이 영화를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극한/위험한 상황에서 정말 위험한 것은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다’.  첫 좀비 영화에서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좀비를 피하기 위해 집안에 모여든다.  좀비가 바깥에, 사람들은 안에 있다.  로메로 감독은 카메라를 집 밖이 아닌 집 안에다 둔다.  좀비가 왔을 때 좀비를 보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하는가를 찍는다.  그래서 좀비라는 위험 상황은 바깥에 있고 사람들은 안에 있는데, 어떤 해결책을 낼지 사람들끼리 의견이 달라서 결국은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죽이게 된다.  이후의 로메로의 좀비 영화도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자 경고.  즉, 사회에 대한 비판이고 경고.

* Le cour des choses (사물의 흐름) – Peter Fischli & David Weiss

Installation, 작가들의 비디오(40 min long).  장치는 묶은 매듭 같은 별거 아닌 것들, 손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  일련의 설치가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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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분께 보여드린 것이 저에게 영향을 주고 제 생각을 살찌운 것들입니다.  제 이야기를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초대해주셔서 감사.

* * * * *

Q & A

조; 당신이 예술 작품 세계를 그림책에서 풀어가는 방식.  그림책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G; 먼저 ‘그림책’이라는 것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 어렵다.  여러분에게 ‘그림책’이란 무엇인가?  잘 몰라서 듣고 싶다.  물론 여기 와서 본 것에 따르면 그림책이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 있고 책 자체의 물성을 이용한 작업, 많은 사고를 거친 작업인 것 같다.  제가 이해한 바는 책을 진정한 표현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판형이나 크기, 책을 넘기는 방법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나의 진정한 오브제로 존재한다고 느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솔직히 어떤 종류의 책을 만들 것인 가 한 번도 고민한 적이 없다.  때로는 내 책이 하나의 catalogue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catalogue는 아니다.  때로는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저의 작업을 받아들여 출판할 때가 있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처음부터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책은 아니다.

저도 책을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책의 개념과 좀더 유사한 책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탈리아 출판사 Corraini가 거절.  내 대답이 충분?

조; 그림책의 입장에서 작업하는 게 아니라 느낌으로 fine art 작업을 해서 책으로 묶어내는 것 같은데 맞나?

G; 시작은 책이 아닙니다.  그림일 수도 있고.  나의 artwork으로 시작.  책이 되려면 어떤 생각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책을 보면 생각이 있는 것처럼,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만들기 시작한다.

조; 결과적으로 책으로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어떤 생각이 image로 드러나는데 작가 자신이 생각한 image가 자기 생각을 담고 나와주는지, 아니면 그냥 개별적인 자기 경험 때문에 자기 혼자만이 가지고 있는 언어가 되어 버리지는 않는지.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되는 부분이 적절한지 확신할 수 있나?

G; 독자적인 일하는 방식이 있다.  Image 작업(그림 등)을 하는데 어떤 순간에 자신의 작업을 보고 책을 생각한다.  오로지 나를 위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한 권의 책.  그 책의 가장 첫 번째 독자는 나 자신.  제가 책으로 만들어보고 나서 -> 이건 책이구나 / 아냐 이건 책이 아니야.  예를 들어 도서관에 가보면 수많은 책이 있다.  그 중엔 dictionary, encyclopedia가 있다.  옆에 있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글자, 언어 이야기로 되어있다.  단지 사전은 기능적인 측면이 강조되어있을 뿐 그것도 책이다.  어쩌면 저는 그런 기능성 책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 예를 들자면 Alain Corneau 알랭 꼬르노 감독 1979년 작품에서 배우를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행동 code(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를 써서 소통하고 있다 – 음악, 총을 꺼내는 동작, 여자를 안고 춤을 추는 동작 등.  그런데 화가가 쓰는 코드는 좀 다르다.  빠니 씨의 작품의 추상적인 언어는 그렇게 obvious한 코드를 쓰고 있지 않은데 추가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G; 사람들이 제 책을 다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걸 제가 원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얘기를 못하는 핸디캡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요, 설명하거나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조; 예술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화가가 전에 없던 작품을 하나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예술계에선 historical하게 생각해서 그의 작업을 museum에서 전시한다고 하자.  일반인들이 그걸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책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어느 정도 일반적인 소통을 한다고 볼 수가 있는데 그 부분이 만약 우리 학생들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만든 작품이 내 마음에는 들지만 소통을 할 수 없는 딜레마가 생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의 작품을) 몇 천 권을 찍어내는 이유가 존재하는가?  잘 이해 못할 거라고 하면서 책을 만드는 이유가?

G; 저는 저를 위해서 책을 만듭니다.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책, 제가 원하는 것을 만들고 그리고 나서 그 책을 누가 봤을 때 이해를 하면 좋겠지만 남의 이해를 위해 만들지는 않는다.  나를 위한 책을 사람들이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조; 아까 G가 봤다는 그림책은 한국에서 나온 일반 그림책을 일컫는 게 아니라 some press의 그림책을 봤다는 뜻이다.  보고나신 후, 어떻게 이런 책을 내려고 하고 저런 책은 안 내려고 하는지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해 하는 부분이 있더라.

어떤 책이든지 만들 수는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GP 씨는 자신의 작품을 봤을 때 이건 책이 되겠다 안되겠다의 판단을 어떤 기준으로 내리는가?

G; 글쎄요 그 기준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mystery합니다.  일단 저는 책으로 만들 필요성을 느낍니다.  제가 한장 한장 뒤적여서 넘겨 보고 싶기 때문에.  건축가가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게 건축물로서 제대로 설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만들어보아야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 책으로 만들었을 때 생각이 들어있느냐.  1 page와 2 page가 대화하고 있느냐.  책이 그냥 단순한 모음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Double face의 경우 단순하게 모아놓은 것 같지만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볼 수 있고.  내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책으로 만들어진 것.

하지만 일단 제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다.  카탈로그가 책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책은 책이다.  어렸을 때 집에 책이 별로 없었다.  집에 통신 판매를 위한 카탈로그 들춰보는 것을 좋아했다.  모든 책에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조; 어떤 기준을 정해놓고 이게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얘기하는 기준이 있는 건데….  GP와 충무로 돌아다니면서 얘기할 때 이런 책들이 정말 위대한 책이 될 거라고 얘기한 게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거니?

G; 진심이야.

조; 진심이라면, 모든 출판사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진 않을 텐데 우리 책 왜 좋다고 생각했는지?  아까 잠깐 언급한 유용성 측면인가?

G; 진짜 진심이야.  모든 출판사에게 그런 얘길 하진 않아.  본인(조선경)이 작업을 하고 출판도 하기 때문에 예술성이 두 배일 거라 생각.  내가 좋다고 칭찬하는 기준은 보편적/일반적인 기준은 아니다.  만일 어떤 책이 잘 팔리면 일단 좀 경계합니다.  분명 예외는 있겠지 – 알스 비겔만의 만화 작품은 제가 좋아하고 아주 잘 팔린다, 그림책은 아니지만.  전시에서 제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출판인이 출판한 책을 통해 출판인의 사고, 배려, 마인드를 본다.  대부분의 경우 작은 출판인의 경우 용기가 있다.  규모가 작은 만큼 모든 일에 대장일 수 있다 – 모든 부분에 손길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대형 출판사의 경우 결론적으로 최후의 발언권이 있는 쪽은 영업부서.  그렇기 때문에 잘 팔리는 책은 일단 경계를 한다고 말씀 드린 이유.

S; 우리는 이곳에서 자신의 철학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는 과정에 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근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말해줄 수 있는지?

G; 한 마디로 말하면 ‘즐기자’ – 기쁨을 되찾기 위해서 때로는 일을 멈추고 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

조;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G; 내겐 아티스트 친구만 있는 건 아니다.  회사 스트레스, 고통 받는 친구들 이야기 들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커다란 행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기가 일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것.  자기가 가장 기쁨을 누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회사 다니는 친구는 제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전화를 하면 그들은 휴가 중이고 난 빠리에 남아 일하고 있더라….

S; 나만 기쁘면 되나?  나는 내 책을 통한 소통에의 욕망이 있는데.

G; 물론 저도 책을 생각할 때 작품이 책으로 나오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주 작은 출판이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나 이외의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나는 만족, 기쁘다.

S; 앞으로의 계획은?

G; 특별한 책 작업 계획은 없다.  Red books press에서 조그마한 책 하나를 할 예정.  생각 없이 하는 프로젝트다.  지금은 모색의 시기.  테크닉을 연구할 것이 있다.  계속 찾으며 제 그림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지낸다.  체중을 줄일 계획이다.

S; 당신의 책 중 어린이를 위한 책은 어린이에게 어떤 의미/도움이 되는가?  우리나라의 교육적인 성격과는 조금 다르다고 보여지는데.

G; 사실 내 책은 유럽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책 치고 특이하고 비일반적인 책에 속한다.  주로 어린이를 위한 아틀리에, 미술 교실에서 선생님이 아이들과 같이 작업하는 데에 많이 사용된다.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리고 싶고 뭔가를 만들고 싶은 자극을 주는 식으로 쓰인다.

S; 연인도 예술 하는 사람인데 연인이 같이 예술을 한다는 게 어떤 게 좋고 나쁜지?  당신에게 예술인 연인이 어떤 의미가 있나?

G; 같이 예술가 커플의 좋은 점은 함께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는 점.  나의 첫 번째 독자가 나고 내 파트너가 두 번째 독자가 된다.  의견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신문 일러스트 일을 할 때 굉장히 촉박할 때 몇 아이디어를 내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결정을 못할 경우 연인이 결정해 준다.  안 좋은 점은 전혀 없다!

S; 즐거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맛있는 걸 먹거나 음악 들을 때의 기쁨….  작업을 기획, 실제로 할 때, 작업 결과물을 볼 때 등등 작업에 관련된 여러 과정 중에서 기쁨은 어떤 것인가?  만약 사회적으로 아무런 지지를 받지 못할 때라도 즐거울까?

G; 제게 있어 기쁨은 매우 다양(multiple).  새로운 도료, 테크닉 발견하는 기쁨 / 내 웹사이트에 완성품을 올리는 작지만 큰 기쁨 / 아이디어를 냈을 때 이게 좋은 생각이라는 기분이 들 때 – 며칠 후에 그게 아니라고 깨달아도 처음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을 때의 기쁨은 남아있다.  뭐 기쁨이 없는 날도 있겠지만 다양한 기쁨 속에서 살고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 보여지는 (그림책의 첫 출판, 저널에 실리는 일) 것도 큰 기쁨.

개인적 프로젝트가 인정 못 받고 출판인을 발견하지 못하면 슬프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처음에 거절당한 프로젝트라도 1년, 몇 년 지나서 봤을 때 다른 판단 하는 경우 있다.  미란돌라의 경우 처음 만들었을 땐 거절 당했지만 3~4년 후에 출판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났다.  나쁜 작업이란 시간이 지났을 때 가치가 없어지는 것.  거절당한 작품이라도 꼭 간직한다.

S; 나의 경우 가끔은 영화 등의 작품을 봐도 감정이나 의도가 느껴지지 않을 때의 고충이 있다.  (개인적으로) 조언을 해주신다면?

G;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문화적인 배경/유산 가지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16살 되기 전까지 독서도 안하고 전시도 안 보고 영화도 안 봤었다.  어찌 보면 파리로의 이주, 정착 역사가 문화적인 토양을 갖게 만든 것 같다.  요리책 만든 것은 내가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  개인적으로 ‘경험의 trunk’가 다른 것이다.  문화적인 보따리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S; 우리도 우리의 배경이 우리 작품에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some)에서 세계의 독자를 대상으로 작업을 한다.  자신의 혈통이 작품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G; 제가 파리에 온 건 행운이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살다가 부모님을 따라 16살에 왔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한 도시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flashback으로 돌려 생각해 봤을 때 내가 파리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 – I doubt it.  특히 이주 당시에는 제 고향 Turin에 비하면 파리는 문화적으로 powerful하고 기운이 강력한 도시였다.  또한 ‘파리의 이탈리안’인 것도 행운.  프랑스 사람들이 이탈리아를 좋아하여 항상 이탈리아 얘기를 했었다.  ‘파리 거주 외국인’으로서의 특별함 -> 나로 하여금 조국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 그래서 내 나라를 더 좋아하게 되고(프랑스 친구와 얘기할 때 그가 나보다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더 알고 있다면 내가 더 알아보려 노력하고).  내 작품 속에 이탈리아가 있는가?  Of course.  16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산 경험이 내 작품, 먹는 방식에 다 들어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프랑스에 있는 이탈리아의 대변인은 아니다.  가끔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유명 인사, 작가 등을 초청할 때가 있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작품이다.  파스타 책 만들 때 ‘그림과 요리의 만남’.  독자적인 그래픽을 가진 요리책을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다.  한 가지 실수한 점이라 생각하는 점은 파스타를 주제로 한 것.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걸 보며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출신 국가 정체성을 작품과 연결시켜버려서.  차라리 한국 요리를 할 걸 그랬네.

조; G와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만나기 전에도 아는 사람 같이 느껴졌다.  공통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작업을 보고 작업의 깊이 있는 지점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기록인 도장 작업이 이미 10년 전 작업임.  말을 잘 못한다고는 하지만 즐겁게 산다고 이야기하긴 힘든 일.  빠니의 친구인 곤잘레스는 어려운 컨셉의 작업을 전시하는데도 관객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정신적 교류가 활발한 모습이 부러웠다.  프랑스 문화의 문화적 성숙도가 많은 기여를 하고 있구나….  부럽다….  예술가가 되기 전에 철학자,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말처럼, 인간 내면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빠니 씨의 노력을 느껴 좋았다.

G;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가 나눠준 것을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가져가면 좋겠다.  파리에 오면 사르트르 무덤에 같이 가자.  눈을 감고 골라서 기념품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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