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H

숙녀들이 쳐다본다는 두려움 없이

빅토리아 시대의 깨끗하게 잘 정돈된 가정의 이상은 더러움을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중상류층 가족의 휴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육체노동을 표현하지 못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회화나 사진에 나타난 여자 하인들은 가정에서 자신의 의무에 빠져있는 유순하고 복종하는 여인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1853 – 1874년에 사진에 찍힌 노동자 계급의 여인이었던 해나 컬위크(Hannah Calwick)의 일기는 또 다른 사실을 밝히고 있다.

나는 이 가족과 점차 친숙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전처럼 그들이 내가 계단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집안을 청소하는 동안에는 가족이 없는 편이 더 좋다. 왜냐하면 그 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고 더 철저하게 할 수 있으며 숙녀들이 쳐다본다는 두려움 없이 마음 편하게 옷을 더럽혀도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인이 더러워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더러운 일은 사람이 해야만 한다.

여성, 미술, 사회Women, Art, Society 228쪽 (Whitney Chadwick 저, 김이순 역, 시공사)

이사

갈등을 최대한 피하면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갈등 상황에서 이기고 싶어졌다고, 여기 오래 있다보면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생일 축하한다는 핑계로 국제전화 걸었다가 내 얘기만 하고 코 풀면서 끊어서 미안했지만, 여기 와서 5주 동안 했던 여러 생각 중 입밖으로 나온 이야기는 저것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북향 부엌이 갑자기 더 춥게 느껴져서 식탁 의자에 앉아 한참 더 울고 내 방으로 왔다. 같이 사는 분은 이제 버터를 실온에 보관하신다.

오늘 새로운 어학원에 처음 가는 날이었는데 늦게 일어날까봐 긴장했는지 한 시간에 한 번씩 깼다. 수업 끝나고 길도 익힐 겸 낯선 길로 50분 정도 걸어서 집에 왔다. 엊그제 장 본 걸로 파스타 만들어 먹고 잠옷, 속옷, 양말을 손빨래했다. copy shop 가서 독일어 모의 시험지와 Peter가 읽어보라고 준 참고자료를 인쇄한 걸 가지고 도서관에 갔다. 회원가입 후 책을 빌려오려고 했지만 거주자 등록증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번에는 거주증이 없어도 할인이 안 될 뿐 가입은 가능하다고 하더니 누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거주증을 만들러 갔을 때는 일정이 너무 밀려 있어서 두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여섯 자리 숫자가 적힌 대기표를 한 장 주었다. 거주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계약서를 쓰고 서명을 했다. 계약서를 쓰기 전 계약을 할 집을 찾아보던 기간에는 긴장했는지 한 시간에 한 번씩 깼다.

매트릭스: 수학_순수에의 동경과 심연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에는 의아한 점이 많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업이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조합되어 있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큐레이션이 설득력이 없어 보였고 결과적으로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 조합이라면 수학이 아니라 다른 아무 단어로 전시 제목을 바꿔 갖다 붙여도 말 된다고 할 듯.  전시 제목과 부제가 너무 거창하기도 하거니와….  나는 넌센스 퀴즈 풀자고 간 것도 아닌데.  작품 하나 하나 지나칠 때마다 점점 지치고 허기졌다;  1차적으로 작가가 수학을 소재로 – 혹은 영감을 받아 – 작업을 했다면 그 결과물을 보는 전시 관람객이 느낄 수 있는 수학에의 심연은 깊어질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작가가 수학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따른 다양한 대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음 글은 ㄷㄹ미술관의 ㅌㄹㅇㅋ 展에 대한 간략한 불만 포스팅이 될 예정….  나는 요즘 불만이 많다….

Blog at WordPress.com.

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