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에서 서강대 영문과 단체관람에 끼어서 봤다. 유진 오닐이 피와 눈물로 썼다는 『Long Day’s Journey into Night』은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희곡으로, 나는 이 작품의 지문 때문에 특히 좋아한다. 연극으로 처음 본 건 같은 장소에서 손 숙 주연 버전이었으나 외운 대사 읽기 급급한 메리와 건장한 에드먼드 때문에 매우 실망해서 언젠가 꼭 다른 버전으로 기억을 정화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강수가 단체관람 소식을 알려주었다.

연출과 연기 면에서는 전작과 비교 불능이다. 티론의 대사를 들으면 번역이 얼마나 유려한지 알 수 있었다. 메리는 정말 약 빨고 연기한 것 같았다. 예수정 씨를 처음 본 건 ‘Doubt’에서 알로이시스 수녀 역을 했을 때였는데, 그 꼬장꼬장한 발성을 이 배우와 강하게 연결시켜 기억하고 있었는지 극이 시작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그녀의 목소리였다. 메리는 병들고 야윈 몸에서 간신히 나오는 텅 빈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제이미는 발성과 액션이, 아니 그 사람 자체가 내가 극을 읽으며 상상했던 제이미의 모습과 많이 닮았고, 네 인물 중 가장 이입해서 바라본 인물이었다. 에드먼드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동선이었다. 한 발자국을 옮겨놓거나 한 손으로 머리를 짚는 행동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는, 계획된 치밀함 속에 몸을 맡긴 듯한 움직임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보면서 두 번 눈물을 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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