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산책도 거르고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도 말을 많이 했다.  a와 한 통, b와 두 통, c와 세 통의 전화를 했다.

a는 오전에 전화를 걸어 최근에 생긴 걱정에 대해 털어놓았는데 평소보다 말이 빠르고 성량도 컸고 강조하는 단어의 빈도도 높아 정말로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1시간 1분 동안 함께 답답해했다.  밤이 된 지금, 아침에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다행!  b와 c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로, 각각 앞으로 있을 워크샵과 번역 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이다.  낯선 사람과 통화할 때 많이 긴장하는 편인데, 심지어 두 분 모두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라서 괜히 더 긴장했다.  목소리와 말투만으로 판단하자면 b는 아주아주 예의바르고 정중한 분인 것 같았다.  친절하셨다.  c와 나눈 세 번의 통화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신기했다.  세 번이 다 달랐고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두 번째보다 세 번째에서 친밀함을 표현하는 강도가 높았다.  첫 번째 통화에서는 나를 “ㅊㅅㅎ님”이라고 칭하며 사무적으로 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끊었고, 두 번째에선 “ㅅㅎ씨”라고 부르며 얘기하다 끊기 직전에 다시 불러잡아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고, 세 번째에선 개인 전화로 건 것도 아니면서 대뜸 “저예요”라고 밝히며 자주 웃었다.  딱 만났는데 막 절세미녀면 어떡하지?

사람마다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 중에서 요런 부분은 진짜, 저런 부분은 가짜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성격 스펙트럼 같은 게 있어서 거기에 서로 약간 떨어진 두 점이 찍힌다면 그 사람은 그 두 점을 잇는 선 위 어디에 위치하는 게 아니라 두 점을 포함하는 ‘면’이 아닐까….  서로를 느낄 통로가 지금보다 덜 제한적이라면 참 좋겠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건 그 사람의 여러가지 모습 – 내 기대와 같든 다르든 – 을 발견하고싶고 그러면서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인데, 다른 사람의 이유도 비슷하다면 서로를 향한 – 최소한 나를 향한 – 관심이 얼만큼이든간에 고맙고 기쁠 것 같다~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기분이 좋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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