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무엇일까?  책이라는 media(material)에 그림이 올라탄 것이다.  그림은 책을 타고 그림책 작가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  가는 길에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고 같이 갈 수도 있다.  단, 그림이 책을 타고 달리는 목적은 그림책 작가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함이 아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려면 – 내가 가고픈 곳에 가기 위해 – 영화를 타고 가고 싶으면 영화를 만들어서 가고, 글을 타고 가고 싶으면 글을 써야하는데 왜 나는 하필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하려 할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오랫동안 그림이 없는 책만 보았다.  심지어 공대생이라 주로 수식을 봤다.  영미어문을 복수전공할 때 읽은 책에도 그림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대학 다니면서 그림 또는 그림 비슷한 걸 접한 건 생물학, 사진학, SF 문학, 서양미술사 과목이었다.  영화제에서 자막을 만들 때는 그림들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1초에 24개(또는 30개)나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영어 교사가 되고나서는 실용적이고 교육적인 영어 동화를 보게 되었다.  그 책들을 보면 색깔, 전치사, 알파벳, 형용사, 날씨에 대해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교육열에 불타 애들 보여줄 온갖 그림책을 뒤지다가 꼬라이니에서 펴낸 책을 보게 되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어지는 경험이었다.  잘 모르지만 아프게 알아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처음으로. 

무섭고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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