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나쁜 행동
2.  비밀스런 낯선 사람
3.  정말 새롭고 유쾌한 만남
4.  새로운 경험
5.  재능! 탁월한 재능!
6.  불안한 밤
7.  어떤 데뷔

역자후기

여우를 닮은 개 까쉬딴까는 갑자기 길을 잃었다.  거두어 먹여준 새 주인의 생활 속에 까쉬딴까가 뛰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까쉬딴까의 인생에 갑자기 낯선 사람이 들어와 통째로 생활 방식을 바꾼 것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해 지내던 까쉬딴까는 함께 서커스 공연을 연습하던 거위 이반의 죽음을 목격한다.  강아지나 다른 동물들이 죽음을 인식하는 방식이 체홉이 상상한 것과 비슷할까?  알 수 없이 불안하고 우울한 밤을 까쉬딴까와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이 동화책을 두 번 읽고 싶어할 것 같다.    

-케엑!
거위가 비명을 질렀다.
-케에엑!
다시 문이 열리고 촛불을 든 주인이 들어왔다.  거위는 여전히 똑같은 자세로 날개를 쭉 펴고 부리를 벌린 채 앉아 있었다.  거위의 눈은 감겨 있었다.
“이반!”
주인이 불렀다.
거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주인은 거위 앞에 앉아 말없이 거위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반!  대체 어찌된 일이야!  죽는거야 뭐야?  아, 그러고 보니, 그러고 보니!”
주인은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왜 이러는지 알겠구나!  오늘 네가 말에 차여서 그런 거였어!  세상에, 세상에!”
까쉬딴까는 주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얼굴 표정으로 보아 무언가 무서운 것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까쉬딴까는 낯선 그 무언가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어두운 창문을 향해 얼굴을 쭉 빼고 짖기 시작했다.
“아줌마(주인이 붙여준 까쉬딴까의 새 이름), 이반은 죽을 거야!”
주인은 두 손을 꼭 쥐며 말했다.
“그래, 그래, 죽을 거야!  너희 방으로 죽음이 찾아온 거야.  이제 우린 어떡하지?”
넋을 잃은 주인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흔들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침실로 되돌아갔다.  까쉬딴까는 어둠 속에 남아 있는 것이 편하지 않아 주인의 뒤를 따라갔다.  주인은 침대 위에 앉아 계속 중얼거렸다.
“세상에, 어떡하지?”
까쉬딴까는 무엇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우울하고 불안한지 이해하지 못한 채 주인의 발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쓰며 주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언제나 자신의 방석을 떠나지 않던 고양이 마저도 주인의 방에 들어와서는 그의 다리에 몸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마치 괴로운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어댔고, 불안하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침대 밑을 응시했다.
주인은 작은 접시를 꺼내 들고는 세면대에서 물을 받아 다시 거위에게 갔다.
“마셔, 이반!”
주인은 거위 앞에 접시를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
“마셔라, 나의 귀염둥이야.”
그러나 거위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눈도 뜨지 않았다.  주인은 거위의 머리에 접시를 갖다대고 부리에 물을 부었으나 거위는 먹지 않았다.  거위는 날개를 더 활짝 펴고 접시 옆에 머리를 기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틀렸어, 이미 늦었어.”
주인이 탄식했다.
“모든 게 끝났어.  이반은 죽었어!”
그리고 주인의 뺨에는 비가 올 때 창문에서 볼 수 있는 반짝이는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까쉬딴까와 고양이는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안타까워하며 공포에 질린 눈으로 거위를 바라보았다.
“불쌍한 이반!”
주인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봄이 오면 별장에서 너와 함께 파란 풀밭을 산책하려 했는데….  내 좋은 친구, 네가 벌써 세상을 떠나다니!  내가 너 없이 무엇을 할 수 있겠니?”
까쉬딴까는 자신에게도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다리가 늘어져 눈을 감고, 친구들은 공포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고양이의 모습으로 보아 그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늙은 고양이는 지금처럼 우울하고 쓸쓸한 표정을 한 적이 없었다.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방안에는 간밤에 까쉬딴까를 놀라게 했던 그 낯선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완전히 날이 밝을 무렵, 집사가 방으로 들어와 거위의 다리를 잡고 어디론가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가 나타나 거위의 밥그릇도 치워버렸다.
까쉬딴까는 거실로 들어와 장롱 뒤를 살펴보았다.  주인은 닭발을 먹지 않았고, 그것은 그대로 먼지와 거미줄 속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까쉬딴까는 우울하기만 했고, 울고 싶었다.  까쉬딴까는 닭발 냄새도 맡지 않은 채 소파 밑으로 다가앉아 가느다란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끄응, 끄응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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