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1학기 2과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묻고 답하기, 둘째로는 사과하고 대답하는 표현이다.  지난 시간부터 사과하는 표현이 나오는 노래를 시작으로 2과를 배우는 중.  오늘 본 짧은 애니메이션은 지토(Zeeto, 교과서에 나오는 초록색 외계생물체 캐릭터)가 민수가 갖고 있는 연필이 뭔지 물어보고 만져보다 실수로 떨어뜨려 미안하다 사과하는 내용이었다.  연필을 떨어뜨리면서 지토가  “Oops!”라고 말한다.

“방금 지토가 뭐라고 했어?  응, 우훕스!  이게 뭔지 아는 사람!?”

(다같이) “헐!”

나는 진짜 이 대답을 듣고 속으로 ‘헐’을 되뇌었다.  지토같은 놈들…

얘네들을 뭐 어떻게 내 방식으로 싹 다 뜯어고쳐버려야겠다, 이런 생각은 전혀 없다.  ‘나의 교육 방식’이란 것 자체가 일단 아직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고 지금처럼 변화무쌍하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가진 장점에 만족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좀 생각을 해보고 방법을 체계적이고 진지하게 강구할 만한 문제가 있다.  무작정 언성을 높여 시키면 한두 번은 먹힐지 몰라도 어떤 행동이 왜 잘못 되었고 왜 그만 해야하고 이 활동에 왜 참여해야 하는지를 설득시킬 수 없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행동에 변화 효과가 나타날까?  설득하지 못하면 멈추게 할 수도 없고 끌어들여 참여하게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에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잘 해야겠단 생각에 꼭 무슨 발표를 하러 앞에 나간 사람처럼 나부터가 긴장이 된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장난을 치는 아이 몇 명과 이야기 해본 결과…

  1. 그러니?  (진짜 무슨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니라면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는지 물어봐서 장난이 수업과 상관 없는 일임을 인지시킴)
  2. 너의 장난이 어떤 영향을 끼쳤나?  (이 시간에 수업에 더 참여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앞으로 불려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너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3.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니?  그렇다면 왜?/ 아니라면 왜?
  4.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단계별로 또박또박 얘기를 해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듣는 것 같다.  얘네들보다 내가 도덕적으로 뭐 잘났고 너 이자식 똑바로 행동하도록 버르장머리를 고쳐야되겠는게 아니라…  그냥 나는 걔가 떠드는 게 조금 방해가 될 뿐이고 안그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인데 요 며칠 나와 이야기하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가 몇 있어서 좀 고민;  내 맘 좀 알아주면 좋겠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뭐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또, 그 일에 대한 가치판단이 조금 더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꼭 판단하고 다음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지금 이러고 있긴 한데 잠깐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니까 이건 아닌 것 같으니 이걸 접어야 하나 어쩌나, 이런 식으로 약한 척 정신없는 척 잠깐만 나쁜놈인 척 하는 것들이 문제를 끌고가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정신도 없으면서 막 사는 사람들까지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유지하면 값을 호되게 치른다.  요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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