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너무 입고 다닐 옷이 없어서 옷 좀 사야지 사야지 하다가 어제 <경계도시2>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이때다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마트에서 괜찮은 옷 몇 벌을 싸게 샀다.  노란색 장미가 양쪽 옷깃 옆에 각각 세 개씩 여섯 개가 붙어있는 노랑색 가디건, 꽃무늬 남색 지퍼자켓, 흰색 검은색 얼룩무늬 원피스, 쉬폰 층층층 미니스커트.  왜냐하면!  얼마 전에 있었던 사건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수업의 질과 아이들과의 관계와 나의 카리스마겠지만, 며칠 전 일 때문에 더 저렇게 선녀옷-_- 같은 걸 사야만 했다.  (한숨) 

그냥 평소처럼 허리 안 들어간 줄무늬 면 셔츠에 짙은 갈색 반바지, 레깅스 입고 가서 열심히 수업을 했다.  그 다음 날에는 그나마 집에 있던 하늘하늘한 아이보리색 실크 블라우스에 스키니 진을 입고 갔다.  그랬더니 재윤이가 “선생님, 어제는 왜 그렇게 입고 오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당황했지만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으니까 재빨리 어제의 일을 묻어두고 “오늘은 어떤데?  괜찮아?”라고 간신히 받아쳤다.  재윤이는 나에게서 고개를 조금 돌리고선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동료 선생님께서, 저학년일수록 컬러풀하고 화려한 옷을 입어야 아이들이 더 쳐다본다고… 

그런데 이게 또 쳐다보고 말고의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은 나를 유심히 평가하는데, 그 방법이 성인 대학생이 교수님(혹은 다른 일반적인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는 참 다르다.  어떻게 딱 꼬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보고싶어하는 선생님의 모습(이미지?)과 약간만 다를 때에도 솔직히 표현하는 것 같다.  무례한 것과도 또 다르게.  “선생님, 안경 벗어보시면 안돼요?  네?  네?”, “선생님 예뻐요”, “선생님, 머리 묶으면 미워요, 머리 풀러요” 등등. 

이렇게 한 명 한 명 극명히 다양하고 에너지로 폭발하며 할 말이 많은 이 아이들이 몇 년 지나고 나면 눈에서 빛이 나지 않고 다 비슷하게 가슴에 품은 상처가 늘어나되 그에 대해 무덤덤한 어른들로 자라난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 아이들과 내가 너무나 다르다는 걸 느낄 때, 처음에는 신기해하고 활짝 웃지만 곰곰 생각하다보면 눈물을 참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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