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하워드 W. 캠벨 2세의 고백록’이다.  재미있는 점은, 책의 구성으로 미루어보자면 캠벨의 고백을 있는 그대로 펴낸 것이 아니라, 가상의 편집자를 내세워 ‘편집자의 말’을 붙인 결과물에다가 다시 (이제 진짜) 커트 보네거트 주니어가 서문을 달아 장편 소설로 펴낸 형식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가상의 편집자는 편집자의 글에서 이 책을 누군가에게 바친다.

는 이 책을 내가 아는 한 사람에게 바치고 싶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  자신의 악행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나의 깊은 내면에는 아주 선한 나, 진짜 나, 천국에서 만들어진 내가 감춰져 있다.”  /  많은 사람이 떠오른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길버트와 설리번(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희가극을 공동으로 작곡한 영국의 음악가)의 익살스런 노래처럼 줄줄이 욀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헌정할 만한 단 한 사람의 이름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나 자신의 이름밖에는.  /  그러니 나는 다음와 같은 헌사로 나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  이 책을 하워드 W. 캠벨 2세에게 바치노라.  그는 너무나 공공연하게 악에 봉사하고 너무나 은밀하게 선에 봉사했다.  이것은 거의 시대가 낳은 범죄였다.  – 커트 보네거트 2세

그렇다 – 고백록을 쓴 사람과 편집인, 그리고 소설 밖의 커트 보네거트의 층위가 하나로 합쳐진다.  캠벨은 고백록을 집필하면서 편집인을 위한 편집의 팁을 중간중간 함께 쓰는데, 편집인이 자기 자신이었다니…  나는 이 사실을 여기 블로그에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책을 다시 들춰보다 깨달았다.  -_-  서문에서 보네거트는 우리가 가면을 쓴 존재라 가면이 벗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분열’이라 할 수 있다.  캠벨은 미국의 첩보원이면서 나치 당원이고, 과거 독일의 극작가였으면서 현재는 뉴욕에 숨어 사는 전범이다.  헬가의 남편이었다가 레지의 남편이기도 하다.  이러니 ‘현대인이 널리 향유하는 혜택’, 정신분열이 없다면 살기 힘들 것 같다.  캠벨은 평생 자기 이야기를 남 이야기 하듯 하다 소설 말미에는 분열된 여러 모습이 다 자신임을 인정하는 행위로 끝을 낸다.  Auf Wiedersehen-

 

38.  아, 인생의 달콤한 신비여

습격에 대하여,

레지 노트에 대하여,

그녀의 죽음에 대하여,

그녀가 치의학 박사 겸 신학 박사인 라이오넬 J.D. 존스 목사의 지하실에서 내 팔에 안겨 죽은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 

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레지는 삶을 너무나 사랑하고 삶에 잘 어울리는 여자였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죽음을 택하리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젊고 예쁘고 영리한 여자라면, 운명과 정치가 그녀를 어디로 내몰든 인생을 즐기며 살 거라고 생각하는 세속적인 남자였거나 상상력이 무딘 남자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추방 이상의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던 것이다.

“추방 이상의 일은 없을 거라고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소.  아마 항공 요금도 공짜일걸.”

“내가 떠나도 슬프지 않으세요?”

“물론 슬프오.  하지만 나로서는 당신을 붙잡을 방도가 전혀 없어.  이제 곧 사람들이 들이닥쳐 당신을 체포할 거요.  내가 그들과 싸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요.”

“그들과 싸우지 않을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그들을 어떻게 이기겠소?”

“그게 중요한가요?”

“당신 말은, 왜 사랑을 위해 죽지 않느냐는 거요?  하워드 W. 캠벨 2세의 희곡에 등장하는 기사처럼?”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나는 웃었다.  “레지, 여보……  당신은 앞날이 창창하오.”

“난 충분히 살았어요.  당신과 보낸 달콤한 몇 시간이 나에겐 전부예요.”

“내가 젊었을 때 썼을 법한 줄거리로군.”

“실제로 당신이 젊었을 때 썼던 줄거리예요.”

“멍청한 젊은이였지.”

“난 그 젊은이를 숭배해요.”

“당신은 도대체 언제부터 그를 사랑하게 되었소?  아이 때부터?”  내가 물었다.

“아이 때부터, 그리고 여자가 된 뒤에도.  사람들이 나에게 당신이 쓴 작품을 모두 주면서 그걸 자세히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때 난 여자로서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미안하지만, 난 당신의 문학적 취향을 칭찬할 수가 없소.”

“당신은 이제 사랑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라는 걸 믿지 않는군요?”

“그렇소.”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행여 그런 게 있다면 도대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그녀는 간절히 애원했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아요.  뭐라도 있다면 말해주세요!”  그녀는 누추한 방 안에 널려 있는 물건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이 세상은 고물상에 불과하다는 나의 생각을 절묘하게 연출해냈다.  “저 의자를 위해 살겠어요.  저 그림을 위해, 저 난방 파이프를 위해, 저 소파를 위해, 저 벽의 갈라진 틈을 위해 살겠어요!  그것들을 위해 살라고 말해주세요.  그러면 그렇게 하겠어요!”

그녀의 힘없는 두 손이 이번에는 나를 붙잡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슬피 울었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녀가 속삭였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말해줘요.”

“레지.”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말해줘요!”  그녀의 손에 힘이 되살아나 내 옷에 약한 폭력을 가했다.

“난 늙은 남자요.”  나는 무기력하게 말했다.  그건 겁쟁이의 거짓말이었다.  난 늙은 남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요, 늙은 남자님.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말해줘요.  당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말해줘요.  그러면 나도 그것을 위해 살겠어요.  여기서든, 여기서 구만리 떨어진 곳에서든!  왜 당신이 계속 살기를 원하는지 말해줘요.  그러면 나도 계속 살 거예요!”

바로 그때 특공대가 몰려왔다.

법과 질서의 수호자들이 모든 문으로 쏟아져들어와 총을 휘두르고, 호루라기를 불고, 애초부터 훤했던 방 안에 플래시를 눈부시게 비췄다.  우르르 몰려온 그들은 지하실에 있던 멜로드라마의 악한 주인공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에워싼 아이들처럼.

젊고, 볼이 발그레하고, 어깨에 힘을 준 열두 명의 특공대가 레지와 크래프트-포타포프와 나를 에워싸고 내 손에서 루거 권총을 뺏은 다음, 다른 무기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우리를 봉제인형처럼 다뤘다.

또다른 특공대원이 라이오넬 J.D. 존스 박사와 흑인 지도자와 킬리 신부를 앞세우고 계단을 내려왔다. 

존스 박사가 계단을 내려오다 멈춰 서더니 자신을 핍박하는 자들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는 위엄 있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었을 뿐이오.”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게 대체 뭐요?”  한 연방 수사관이 물었다.  그가 특공대를 지휘하는 대장인 게 분명했다.

“공화국을 지키는 일이지.  왜 우릴 못살게 구는 거요?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이 나라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오!  우리와 힘을 합쳐서 이 나라를 좀먹는 자들을 잡으러 갑시다!”  존스가 대답했다.

“그게 누구요?”  연방 수사관이 물었다.

“내가 그걸 꼭 말해야 하나?  국가를 위해 일하는 당신들이 아직도 그걸 모른단 말이오?  유대인!  가톨릭교도!  깜둥이!  동양인!  유니테리언교도!  외국에서 태어나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 그리스도의 적, 유대인의 손에 놀아나는 자들이지!”

“하나 알려드릴까?”  연방 수사관이 차갑고 당당하게 말했다.  “난 유대인이오.”

“그것 봐요!  내가 방금 말한 게 사실이잖소!”  존스가 말했다. 

“뭐가 말이오?”  연방 수사관이 물었다.

존스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논리학자처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대인이 모든 곳에 침투해 있잖소!”

“당신은 가톨릭교도와 흑인을 들먹였지만, 여기 당신의 두 친구 가운데 한 명은 가톨릭교도이고 한 명은 흑인이군요.”

“그게 뭐 그리 이상하오?”

“그들은 증오하지 않소?”

“천만에.  우린 기본적으로 똑같은 걸 믿고 있소.”

“뭘 믿는단 말이오?”

“이 나라는 한때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나라였지만, 지금은 악한 자들의 수중에 들어가 있소.”  존스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킬리 신부와 흑인 지도자도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라가 올바른 길로 들어서려면 먼저 몇몇 놈들의 목이 떨어져야 하오.”

지금까지 나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이보다 더 탁월하게 보여주는 연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비유하자면 그것은 톱니를 아무렇게나 갈아버린 기계 같았다.  톱니가 고르지 못한 사고기계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돌아가든 규칙에서 벗어난 리비도에 따라 돌아가든, 지옥의 뻐꾸기시계처럼 변덕스럽고 시끄럽고 화려하지만 의미 없이 빙빙 돌기 마련이다.

우두머리 연방 수사관은 존스의 사고기계에 톱니바퀴가 전혀 없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완전히 미친 사람이로군.”

존스는 완전히 미치지 않았다.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당황스러운 점은, 사고기계를 돌리는 어느 톱니바퀴든 그 원주 위에는 제멋대로 갈려버린 톱니 말고도 갈리지 않고 멀쩡하게 남아 제대로 작동하는 톱니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옥의 뻐꾸기시계는 팔 분 삼십삼 초 동안 시간이 완벽하게 맞고, 십사 분 앞으로 건너뛰고, 다시 육 초 동안 완벽하게 맞고, 이 초 앞으로 건너뛰고, 두 시간 일 초 동안 완벽하게 맞고, 다시 일 년 앞으로 건너뛴다.

물론 갈려 없어진 톱니들은 단순하고 명백한 진리, 열 살짜리 아이라면 대부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리이다.

톱니바퀴의 톱니를 일부러 갈아버린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정보를 일부러 무시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존스, 킬리 신부, 크랩타우어 부회장, 흑인 지도자로 이루어진 말도 안 되는 가족이 비교적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나의 장인이 하나의 마음으로 여자 노예에겐 냉담하고 푸른색 화병에는 지극정성을 쏟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아우슈비츠의 지휘관 루돌프 헤스가 확성기를 통해 위대한 음악과 시체 운반원 소집 명령을 번갈아 내보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나치 독일이 문명과 광견병 사이의 중요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우리 시대에 보았던 미치광이 군대, 미치광이 국민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나의 이론이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이렇게 기계론적인 설명을 기도하는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한 번쯤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나는 엔지니어의 아들인 것이다.

나를 칭찬해줄 사람은 나 말고 아무도 없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을 칭찬하고자 한다.  나는 내 사고기계에서 단 하나의 톱니도 갈아 없앤 적이 없다.  빠진 톱니가 몇 개 있긴 하지만, 그건 맹세코 태어날 때부터 없던 것이니까 갈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또 어떤 톱니는 제멋대로 돌아가는 역사의 변속기에 물려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사고기계의 톱니를 일부러 망가뜨린 적은 없다.  단 한 번도 스스로에게 “나는 이 사실을 외면해도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하워드 W. 캠벨 2세는 자기 자신을 찬양하노라!  이 친구에겐 아직 생명이 있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곳에는……

삶이 있다.

 

40.  다시 한번 자유의 몸이 되어

나는 집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체포되었다.  그리고 한 시간 내에 풀려났다.  아마도 나의 푸른 요정 대모가 중재한 덕분이었으리라.  내가 그렇게 잠깐 붙잡혀 있던 장소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안의 아무 표시가 없는 어느 사무실이었다.

한 요원이 나를 엘리베이터에 태워 거리로 데리고 나와, 삶의 흐름 속으로 되돌려놓았다.  나는 대략 오십 보쯤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내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은 죄의식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절대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끔 나 자신을 훈련해왔다.

내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은 지독한 상실감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그 무엇에도 연연해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훈련해왔다.

내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은 죽음이 진저리나게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나는 죽음을 친구처럼 생각하도록 나 자신을 훈련해왔다.

내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은 불의에 대한 비통한 분노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인간이라면 공정한 보상과 처벌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시궁창 속에서 다이아몬드 왕관을 찾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끔 나 자신을 훈련해왔다.

내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은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사랑이 없어도 잘 지내게끔 나 자신을 훈련해왔다.

내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은 신이 잔인하다는 생각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신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훈련해왔다.

나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내가 어느 방향으로든 발걸음을 옮길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절망적이고 무의미한 세월을 헤치며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젠 그 호기심마저도 꺼져버렸다.

내가 그 자리에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내가 다시 움직이려면, 누군가가 움직일 이유를 던져주어야 했다.

누군가가 그렇게 해주었다.

경찰관 한 명이 나를 한참 동안 지켜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괜찮으세요?”

“네.”

“여기에 오랫동안 서 계시더군요.”

“압니다.”

“누구를 기다리십니까?”

“아니요.”

“이제 그만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지요.”

그리고 나는 걸음을 옮겼다.

 

43.  성 조지와 용

(중략)  이 멍청하고 한심한 주정뱅이, 외팔이 개자식아!”  나는 문틀에 붙은 천막을 찢고 지그재그로 대놓은 판자를 발로 차버렸다.  그리고 문밖 층계참으로 오헤어를 떠밀었다.

난간에 부딪혀 걸음을 멈춘 오헤어는 나선형의 계단통 아래로, 떨어지면 즉사할 수밖에 없는 아득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난 너의 운명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내가 말했다.  “네 모습을 봐라!  맨손으로 악을 물리치려고 왔지만, 지금은 버스 옆구리에 치인 사람 꼴로 비참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건 자업자득이다!  그리고 순수한 악을 물리치겠다고 전쟁을 일삼는 사람은 누구나 그런 꼴이 된다.  싸움을 벌일 이유는 많다.  하지만 적을 무조건 증오하고, 전지전능한 하느님도 자기와 함께 적을 증오한다고 상상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악이 어디 있는 줄 아는가?  그건 적을 무조건 증오하고, 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신과 함께 적을 증오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온갖 추악함에 이끌리는 것이다.  남을 처형하고, 비방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전쟁을 벌이는 것도 백치 같은 그런 마음 때문이다.”

오헤어가 구토를 했다.  그것이 내 말 때문이었는지, 수치심 때문이었는지, 폭음 때문이었는지, 외적 충격 때문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는 토했다.  뱃속에 든 것을 4층 아래 계단 밑으로 쏟아냈다.

“그거 깨끗이 치워.”  내가 말했다.

그는 증오가 가시지 않은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망할 놈, 널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나를 죽인다고 해서 네 운명이, 파산, 커스터드 아이스크림, 아귀 같은 자식, 흰개미, 무일푼 신세가 바뀌진 않을 거다.  그렇게 하느님의 병사가 되고 싶다면, 차라리 구세군을 찾아가라.”

오헤어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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