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수의 글을 올린 달이다.  생활과 생각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좋은 변화 몇 가지. 

1.  일할 때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낯익은 문제들이라 과거에 이미 물어 해결한 적이 있던 것들이므로, 이런 건 이렇게 저런 건 저렇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오히려 유형화할 수 없는 문제나 언어 감각을 시험하는 부실한 자료를 만나면 더 애착이 생기고, 잘 해놓으면 뿌듯하고.  무엇을 하는 과정에서나 하고 난 다음에서나, 기본적으로 뿌듯하게 살기 위해서는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힘겹게 채워야 할지언정 지금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큰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에 많은 부분을 참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

2.  새로운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모두가 발제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고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는지 보고 배우는 점이 많다.  분명한 것은, 내가 책을 읽고 준비하는 시간 대비 발제의 질이 남들보다 떨어진다는 점?  -_-  나 말고 다른 분들은 시사 교양과 드라마 피디, 기자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인데 그중 한 분이 그 이유에 대해 “세상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시는 걸 듣고 고민이 많아졌다.  나도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면서 지금 내가 택한 방법과 하기로 한 노력, 제대로 하고 있나 싶어서. 

3.  프랭클린 플래너 CEO 사이즈와 스타터 킷을 사서 잘 쓰고 있다.  이렇게 편하고 좋은 것을 진작 쓸걸.  스스로 달력 날짜 쓰고 줄 긋고 하루 일과 시간 계획 하던 틀과 거의 비슷한데 거기에 우선 순위 매기는 것과 weekly compass 정도가 새로 추가되었다.  내가 얼마나 우선 순위에 반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weekly compass 심신단련 칸(ㅋㅋㅋ)에는 신체적, 사회/감정적, 정신적, 영적 목표를 적는데 나는 일단 “신체적: 밀가루 끊고 요가, 사회/감정적: 시간 약속 잘 지키기, 정신적: 우울 극복, 영적: 매일 짧게라도 명상”하기로 했다.  그 밑에는 먼 옛날 도덕책에 나왔던 ‘사회적 지위 및 역할’을 적고 각 역할에서 그 주에 해야할 중요할 일을 정하도록 되어있다.  적다보니 내 사회적 지위 및 역할이 백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딸, 손녀, 독서 모임 회원, 몸짱 여성, 자막가, 따뜻한 인간, ex 등등 쓸 칸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행해야지…

가계부를 따로 작은 수첩에 적었었는데 그것도 매일 간단히 적을 수 있고 매달 말 통계를 내는 페이지가 있어 편리하다.  7월 소비를 정리해본 결과 교통비의 두 배를 식비로 썼고, 식비의 두 배를 문화비로 썼더라;  지출 적는 란만 있고 소득 칸은 없다니 이 역시 현명한 짜임새야…  매일 누군가의 한 마디가 날짜 옆에 써있는데, 새겨듣고 싶거나 재미있는 글도 가끔 나온다.  7월 23일의 격언: “한 가지 사소한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 앤드류 J. 홈즈”  이걸 읽고 한참 웃었네.  왜 이런 말을 하게 되었을지 상상하면 웃기다.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이잖아?  그리고 이달 중으로 끝내야 할 일들 적는 페이지, 특별한 날, 선물 목록도 맘에 든다.  선물 목록 제일 처음에는 동생꺼~

4.  시간이 많아졌다.

5.  살이 빠졌다.

 

 

 

좋은 변화는 대략 위와 같고 안좋은 변화는 곧 바꿔버리거나 끝내거나 잊을 예정이므로 적지 않는다.  ‘여전하네’란 말 들으려고 더이상 나를 학대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괜찮지 않으면 어때.  난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산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힘들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그게 지금만큼 힘들지는 않을거다.  예외를 포함해서 잘 지키던 룰에서 예외가 없어지니 이제 완벽한 룰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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