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도구가 없어 옥상에서 실눈을 뜨고 스치듯이 30%의 해를 훑었다.  눈을 가늘게 해서 해가 있는 하늘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기를 여러 번 하니 눈물이 찔끔 났다.  초속 29.8km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 곁을 공전 주기 27.32일로 도는 달이, 태양 · 지구와 나란한 순간이구나.  한입 베어문 호박전처럼 변한 해를 보며, 해 모양 바깥으로 삐져나간 달의 나머지 부분을 그려본다.  3차원에서는 크기와 거리 차이가 400배 나지만, 지구벽에 그림자 놀이를 하면 노랗고 까만 동그라미 두 개다.  그림자가 살짝 비껴간 곳에서 실눈으로 둘을 흘끔 노려보는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이 작은 존재마저 달마다 주기를 겪으며 사는 사실이 경이롭다.

안에 들어와 눈을 깜빡일 때마다, 한동안은 반달 모양 야광 초록색 잔상 예닐곱 개가 겹쳐 있기도 하고 흩어져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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