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시내버스를 타서 맨 뒷줄 가운데에 앉아 가고 있었다.  같은 줄 맨 왼쪽에 앉은 한참 어린 아이가 고성으로, 그것도 일정하게 흥분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취했나?’  엿들으려 들은 내용은 아니었는데, 아이는 “나 4500원이야.  그만두려구.  어떻게 열한 시에 끝나는 사람을 열한 시 십 분에 끝내줘…”라고 하는 말은 짜증 40에 울먹 60이었다.  ‘읭, 나쁜 사람 같으니,’

하며 창밖을 보는 척 하는 바로 그때, 금란슈퍼 간판에 불이 꺼졌다.  처음 보는 슈퍼인데.  켜질 때 깜빡깜빡 하는 오래된 형광등 처럼, 금란슈퍼 간판은 꺼지는 과정이 보였다.  지금 이 순간 글을 쓰고 있는 내 방 책상 앞에 앉으면, 내가 마주한 면은 전체가 다 유리로 되어 있어 전망이 좋지 않다.  서울 북동부 극지방에 자리한 베드타운에 살고 있어 내 시야를 10분 정도 늘린다 해도 그대로 아파트다.  엿보려 본 집은 아니었는데, 마침 눈이 마주친 그 노란 창문이 까맣게 바뀌면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이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는 초등학교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였다.  1997~2002년에 살던 주공 아파트 우리 동과 1990~1992년에 살던 주공 빌라 사이에 그 초등학교가 있었다.  6년 가까이 산 그 아파트에서는 그래도 초등학교 위로 하늘이 보였다.  식탁 의자를 베란다로 옮겨와 발가락이 바닥 타일에 닿지 않게 무릎을 세우고 앉아 귤을 까먹으며, 불이 꺼진 다른 까만 방보다 까맣지 않은 오묘한 색의 하늘을 보다가 풍경에 뭔가 변화가 생기면 시계를 본 후 조심조심 의자를 다시 식탁 아래에 넣어 놓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대부분은 어느 방에 불이 꺼지는 변화였지만, 별이 떨어진 날도 있었다.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