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그제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국립발레단의 공연으로 장-크리스토프 마이요jean-christophe maillot의 신데렐라를 보고 왔다.  언어 대신 발짓, 손짓, 춤 + 음악, 조명, 의상 등으로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발레.  말투나 단어 선택으로 등장 인물들의 성격을 짐작하는 대신, 몸짓을 본다.  사람마다 인지를 더 쉽게 하는 감각 기관이 다르다는데, 나는 아무래도 청각보다는 시각에 잘 녹는 듯…  *-_-*  평소에 쉽게 접하는 영상물이나 인쇄 매체와 다른 채널로 전하는 무용을 보니 평소에 안쓰던 근육을 써서 결리면서도 시원한 그 느낌…?  익숙하고 말고를 떠나 오히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당했더래요~”  쎄쎄쎄와 고무줄의 반주로 숱하게 불리운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는 ‘신데렐라’ 뿐 아니라 그 동화에서 파생된 비유로서 ‘신데렐라콤플렉스’, ‘신데렐라신드롬’과 같은 단어도 올라와 있다.  한창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인기 있었을 때 사람들이 많이들 하던 말.

신데렐라 : [명사] 1 <문학> 동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계모와 계모의 딸들에게 구박을 받았는데 궁중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잃어버린 유리 구두 한 짝이 인연이 되어 왕자와 결혼한다.  2 하루아침에 고귀한 신분이 되거나 유명하게 된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다.

신데렐라콤플렉스 : <심리> 여성이 일시에 자신의 일생을 화려하게 변모시켜 줄 남자를 기다리는 심리적 의존 상태.  주로 자신의 능력과 인격으로 자립할 자신이 없는 여성에게 나타나며, 남성에 대한 의존성 · 수동성 · 자기 비하의 태도에 기인한다.

신데렐라신드롬 : <신어, 2004년> <사회> 보잘것없는 여자가 하루아침에 고귀한 신분이 되거나 유명해지는 현상.  예) 극의 소재는 현대판 신데렐라 신드롬.  식당의 배달부 소녀가 연극계의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고통과 기쁨, 라이벌과의 경쟁을 그렸다.  <중앙일보.  2001. 1. 11. >

신데렐라병 : <병리> 칠칠치 못하게 여기저기 물건을 흘리고 잃어버리는 증상을 일컫는다.  ← 나…

워낙 유명하고 계모와 자식간의 갈등 구조, 해피엔딩,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전래 동화는 어디에나 있다고들 하니 그만큼 자주 인용 · 비교 · 패러디된다.  기 드 모파상단편모음목걸이에서, Mathilde는 친구로부터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파티에서 잃어버려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요정의 마법으로 꾸미고 무도회장에 간 Cendrillon(프랑스판 신데렐라)는 오히려 유리 구두를 잃어버린 것이 기회가 된다.  이 두 작품을 비교한 논문이 있다 : LA PARURE DE GUY DE MAUPASSANT OU L’INTRUSION DU REALISME DU XIXE SIECLE DANS LE CONTE DE CENDRILLON written by Bernard Haezewindt (Nottingham French Studies, Vol. 44 No. 2, Summer 2005).  두 작품의 setting과 motif 등을 자세히 비교 · 분석한 표가 함께 실려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찾아서 읽어보시길.  ‘파티에 참석한다’, ‘사람이 확 바뀐다’ 등등의 공통점과 더불어, 비슷하면서도 왜 그렇게 결말은 천차만별인지에 대해 분석했다고 한다.  내가 갖고있는 프랑스어판 복사본은 읽을 수가 없어, 예전에 목걸이 페이퍼 쓸 때 프랑스인 친구에게 간단히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The project gutenberg ebook of THE NATIONAL NURSERY BOOK (with 120 illustrations), by various에서 간단한 텍스트로 읽을 수 있다.  이 텍스트에 등장하는 godmother fairy라는 존재는 삽화에서 중후하고 몸집이 있게 그렸으며, 신데렐라가 12시까지 오나 안오나 지켜보고 잘 들어오면 칭찬하는 감시자 역할까지 하는 캐릭터다.  여기서는, 유리 구두를 떨어뜨린 날에만 무도회를 갔던 것이 아니라 그 전에도 두어번 갔다가 열시 반 쯤 착하게 집으로 돌아왔다고 나온다.  이를 착하게 여겨 godmother fairy는 한번 더 무도회에 보내주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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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신데렐라는 1950년 2월 15일에 나왔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요정(fairy), 마법 할머니는 콩쥐의 밭을 다 갈아주는 검은소처럼 착한 여주인공을 도와준다.  이분은 인간은 아니고 신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high mimetic인데, 이런 존재와 인간 신데렐라가 만나 환상을 만든다.  디즈니 신데렐라의 요정 할머니가 우리나라의 도깨비나 귀신과는 다르다.  분에 사무쳐 억울해 혼령이 떠돌아다니며 복수를 부탁하는 처녀귀신과는 달리, 이 요정은 신데렐라가 평소에 행실이 착실하고 마음이 예뻐서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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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에서는 요정을 새로운 캐릭터로 만들었다.  아랫사진 짧은 챙만 두른 발레리나 김주원이 맡은 역할이 바로 요정이자 동시에 신데렐라의 엄마다.  신데렐라가 겪는 고통과 핍박이 어찌보면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엄마는, 부모로서 신데렐라가 안타까웠을 것이고 아내로서는 두고 떠난 남편이 그리웠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죽은 엄마의 환상적 요정이 이 모던 발레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역할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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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존재와의 만남, 생사 여부와 사회 계급을 초월한 만남은 고전 발레, 모던 발레와 문학에서 수도 없이 나오는 모티브다.  고전 발레 Gieselle에서는 와이어까지 써서 죽은 지젤이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게도 했다.  ‘사랑(Love)’과 ‘죽음(Death)’은 ‘자연(nature)’, ‘시(poetry)’와 더불어 인간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 로진스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젤은 죽었지만 죽음을 초월해 숲에서 나타나 애인을 위험으로부터 구하고 함께 춤을 춘다.  ‘죽었는데도’ 살아있는 사람과 춤을 추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래의 사진은 지젤이 나타나는 숲의 천사떼 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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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요의 발레 신데렐라에서도, 신데렐라의 엄마가 신데렐라와 왕자를 맺어주고난 후 그 커플과 같은 무대에서 신데렐라의 아빠와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아빠의 춤 동작이 유독 슬프게 느껴졌다.  공연 내내 김주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두 커플이 춤을 추는 이 때와 마지막 죽기 전 춤은, 공연 초반 손가락과 신체 일부로 부렸던 작은 기교보다 몸 전체 선으로 크게크게 춤을 추어서, 과연 엄마의 춤이구나, 하며 보았다 – 마법을 부리는 ‘요정’ 춤이라기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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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리가 4층이어서 표정이 잘 안 보이는 것은 감수하고 보고 있었는데 처음 요정 김주원이 나왔을 때는 옷을 안 입은 줄 알고 혼자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신데렐라 김지영이 처음 입고 있던 갈색 누더기옷과 심플한 아이보리색 실크 드레스는 종아리까지 와서 다리 동작과 선이 잘 안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옷에 부자유스러운 프레임이 없어 새롭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휘적휘적 뛸 때와 뱅그르르 돌 때 특히 예뻤다.  LES BALLETS DE MONTE – CARLOS의 신데렐라 동영상과 비교해보면 안무와 의상, 동작은 거의 같다. 

강일이가 예쁘다고 한 계모는 윤혜진 발레리나가 맡았다.  어찌나 요염하고 사뿐사뿐 몸으로 성질을 내는 연기를 잘 하던지, 내가 신데렐라 아빠였어도 계모에게 꼼짝 못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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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들이 기억하는 디즈니의 계모와 언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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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언니 옷자락 든 새끼손가락 동작 증말…  ㅋㅋㅋ  + 덤으로 하이디 뺨치는 대화 실력을 자랑하는 신데렐라 동영상-!

 

김주원, 김지영 인터뷰)

 

관련기사)

“발레 속 신데렐라는 유리구두가 없다” – joins

“어려운 캐릭터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 pressian 김주원 인터뷰

“김지영의 신데렐라 보러 오세요” – pressian 김지영 인터뷰

“발레 女帝 그녀가 돌아왔다” – 헤럴드 경제 

“맨발의 주인공…  격렬한 키스…  발레 맞아?” – 조선닷컴

 

공연 프로그램)

PROLOGUE
신데렐라는 깊은 고독 속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 잃어버린 가족의 행복과 사랑의 이미지에 사로 잡힌다.  신데렐라는 단란했던 엄마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ACT. Ⅰ

1장 _ 신데렐라의 집 CINDERELLA’S HOUSE(1)
엄마가 죽고난 후 신데렐라는 계모와 그녀의 딸들의 시기와 질투, 야욕과 독선 폭력에 시달린다. 죽은 엄마의 드레스를 안고 슬퍼하는 신데렐라에게 아빠는 더 이상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신데렐라 앞에 왕립 무도회의 초대장을 든 전령사들이 나타난다.

2장 _ 신데렐라의 집 CINDERELLA’S HOUSE(2)
무도회의 준비로 분주한 계모와 그녀의 딸들.  조급함과 탐욕으로 그들은 드레스를 잡기 위해 달려 들었으나 반만 잡고 비뚤어진 큰 거울 앞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황홀하게 쳐다본다.  그들은 신데렐라를 놀리며 집안일을 한가득 떠맡기고 만족해하며 무도회로 간다.

3장 _ 왕자의 등장 ENTRANCE OF THE CHARMING PRINCE
젊고 매혹적이고 완벽해보이는 왕자는 실은 마음속 깊은 곳이 공허하기만 하다.  친구들과 함께 해도 그 공허함은 채워지지가 않는다.

4장 _ 이야기 속 이야기 THE STORY WITHIN THE STORY
청소와 요리 등의 버거운 집안일과 무도회의 기대로 신데렐라는 우울하기만 하다.  우울한 신데렐라 앞에 요정으로 분한 신데렐라의 친엄마가 나타난다.  요정은 신데렐라를 기쁘게 하기 위해 우스꽝스런 공연을 보여주고는 생전 마지막 무도회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신데렐라에게 입힌다.  요정의 마법으로 신데렐라의 발이 아름답게 빛이 나고, 요정은 반짝이는 것은 쉽게 사라지기 쉬우니 너의 순수한 모습을 잘 간직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5장 _ 무도회장의 환영 VISION OF THE BALL
요정은 신데렐라에게 무도회장을 살짝 보여주고, 신데렐라는 지금의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ACT. Ⅱ

6장 _ 무도회장 THE BALL
광대와 요정, 신데렐라의 계모와 딸들, 신데렐라의 아빠, 왕자와 왕자의 친구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수많은 궁녀들이 춤을 추고 있지만 왕자는 공허하기만 하다. 신데렐라의 계모와 그녀의 딸들이 왕자를 유혹하려 애를 쓰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때 누군가가 왕자에게 낯선 여인의 등장을 알린다. 왕자는 기대감으로 가득하게 되고 한편 신데렐라의 아빠는 요정에게서 죽은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요정은 왕자의 눈을 가리고, 가리개가 치워진 왕자의 눈앞에 반짝이는 발을 가진 아름다운 모습의 신데렐라가 나타난다. 신데렐라 앞에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 왕자는 겸손히 무릎을 꿇고 춤을 청한다. 둘의 사랑과, 죽은 아내로부터의 번뇌에 시달리는 아빠를 구원하는 파드되가 펼쳐진다.

7장 _ 자정 MIDNIGHT
유혹적인 무도회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든 신데렐라에게 요정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고, 신데렐라는 서둘러 무도회장을 빠져나간다. 이제 왕자에게 신데렐라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무도회장을 빠져나가던 반짝이는 발뿐이다.

ACT. Ⅲ

8장 _ 왕자의 여행 PRINCE CHARMING’S TRAVEL
광대가 그린 신데렐라 발 그림을 가지고 왕자와 친구들은 신데렐라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왕자는 적색, 황색의 이국적인 타국에서 유혹을 받지만 어느 곳에도 신데렐라는 없다. 이를 지켜본 요정은 왕자를 신데렐라에게로 인도하게 된다.

9장 _ 신데렐라의 집 CINDERELLA’S HOUSE (3)
왕자는 드디어 신데렐의 집 앞에 도착하게 되고, 계모와 딸들은 다시 한번 왕자를 유혹하기 위해 분주하기만 하다. 하지만 왕자는 계모 딸들의 멍든 발 사이에서 영롱히 빛나는 신데렐라의 발을 찾아낸다.

10장 _ EPILOGUE
숱한 고뇌 속에서 아빠는 신데렐라의 계모를 거부하게 되고 아빠는 요정(신데렐라의 엄마)과 춤을 춘다. 그 사랑의 춤은 그녀가 숨을 다할 때까지 계속된다.

 

 

 

 

 

무용이 왜 있을까?  이쪽 끝으로 들어와서 저쪽 끝으로 나가는 데에 두 시간이 걸리는 무용이 왜 존재할까-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더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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