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안하다 보면 영원히 할 수 없다.  의지의 문제가 어느 순간 능력이나 가능성의 문제로 바뀌어 있을까봐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다.  내 방에 혼자 있을 때 나는 방 밖이 별로 안궁금한데 우리 식구들은 내가 궁금한지 노크를 하고 소리를 높여 내 이름을 부르고 방문에 메모지를 붙인다.  가만히 있나 책보나 자나 그림 그리나 궁금한가보다.  ‘공부하니?’, ‘자?’, ‘지금 밥 먹을래?’, ‘누나 지금 바빠?’ 등의 질문들이 그네를 민다.  

어렸을 때부터 놀이터에 가면 그네에 그냥 앉아있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발을 구르지도 않고 밀어달라 하지도 않고.  나도 생각난다.  춘향이처럼 서서 타는 애들이나, 이음새에 발을 디뎌 넣고 둘이 타는 애들, 타다가 펄쩍 뛰어내리는 애들, 허리를 옆으로 돌려 옆 그네에 발 올리고 타는 애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네에 앉은 채로 최대한 뒤로 걸었다가 그네에 탈 때마다, 매번 진동을 시작하여 공기와의 마찰로 운동에너지가 0이 되기까지는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어야 한다.  이때 걸리는 시간을 a, 그네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의 총합을 b라 하면, 통상 ax+b가 흘렀을 때 해가 졌다.  총합을 b라 한 것은, b가 꼭 연속적일 수 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360도 돌아갈 듯 타는 춘향이는 내가 그네 타는 것을 그네 타는 것으로 쳐주지 않았기 때문에(안탈거면 비켜), 춘향이들 몇 명이 몰려오면 잠시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가 그들이 가면 다시 그네로 돌아와 그네를 ‘탔다’.  

그랬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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